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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by 문화


유리문을 열자 위에 달린 종이 흔들리며 경쾌한 소리가 난다. 눈 앞에 보이는 세개의 테이블과 전면 창을 따라 만든 바 자리, 커피를 내리고 있는 직원의 앞 모습, 설거지하는 직원의 뒷 모습, 드문 드문 앉아 있는 세명의 손님. 바 자리에 가방을 내려두고 지갑을 꺼내 계산대로 간다. 계산대 옆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며 고민한다. 10초간 직원과 나 사이에 정적이 흐르고 결국 자주 마시던 라떼를 주문한다. 카드를 내밀어 계산하고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전면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이 부셔 자세를 살짝 조정한다. 가져 온 책을 꺼내 책갈피가 꽂힌 부분으로 편다. 이어 읽으려던 찰나 라떼가 준비되었다는 직원의 음성이 들린다. 책갈피가 꽂힌 채로 책을 덮고 일어나 계산대로 간다. 라떼와 휴지 두어장을 받아들고 자리로 간다. 찬 공기에 고인 콧물을 닦아낸다. 따뜻한 라떼가 담긴 잔을 들어 입에 댄다. 진한 원두향과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창 밖에 지나는 사람들을 응시하다 다시 책을 편다.


대여섯장 넘겼을까, 익숙한 형체가 시야 밖에서 느껴지고 문에 달린 종소리가 난다.


기다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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