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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게 채운

by 문화


이어폰 너머로 웅얼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 심심하게 틀어진 재즈 음악, 원두의 탄내가 섞인 듯한 매캐한 공기. 낯선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다른 생각과 마음으로 각자의 주제에 집중하는 이 순간이 편안한 이유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흩어지는지 알 수 없지만 불특정 속에 안정감이 느껴진다.


때로는 모든 소음을 차단하고 타의에 의해 흘러나가는 소모적인 흐름을 지양하기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그 시간을 가지고 나면 사람들 속에서 활력을 느낀다.


혼자 앉아 있는 사람, 한 명만 말하고 있는 둘, 삼삼오오 모인 대화, 분주한 직원들.


내 앞에 놓인 노트북과 굳이 가져온 책. 넓은 공간에 쉼 없이 여닫히는 문, 차가워진 손 끝. 사소한 것들로 채운 오늘 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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