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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남자 Apr 26. 2024

#20200629

‘2020년 6월 29일(월) 07시 10분’ 

아침에 일어나 알람을 확인하고 나는 다시 한번 내 눈을 의심했다. 그와 동시에 온몸에 신경세포가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망했다.’ 


일어나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보통은 일어나서 침대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등 잠을 깨는 의식(?)을 하지만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졌다. 그렇다. 내 실험은 실패로 끝났고 ‘하루 만회 하기’ 능력이 오늘로 소멸되었음을 직감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어제 한 말들과 내가 한 말을 들은 그녀의 표정이 오버랩되면서 시쳇말로 지옥행 급행열차에 몸을 실은 기분이었다. 


‘큰일 났다. ‘하루 만회 하기’ 이제 끝났나 보다.’ 

‘아휴 미친놈 결국 했구먼…. 너무 심한 짓 한 거 아니지?”

‘음…. 심할 수도 있는’

‘나가 죽어 이 자식아’ 

아침부터 친구에게 엄청난 욕을 먹으면서 출근을 했다. 출근하면서 그녀에게 문자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일반 직장인이 아니라 조금은 하루를 늦게 시작하는 그녀인지라 오전 중에 연락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오빠~ 잘 자고 출근하고 있어?’

그녀에게 메시지가 날아와 버렸다. 나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답을 하려고 했지만 그런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머릿속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그다지 신경 쓰고 있지도 않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그저 내가 무언가 속인 거 같은 느낌에 사로 잡혀 혼자서 괴로워하고 있는 꼴일 수도. 

‘응 잘 잤어~ 오늘 오전에 일 있어? 일찍 일어났네’

‘응 엄마랑 피부과 가기로 해서 가려고~’ 

‘아 그랬구나~ 오래간만에 어머님과 데이트하겠네’ 

‘응 병원 갔다가 엄마랑 점심 먹고 학원으로 가려고’ 

‘근데 오빠 역시 과거 연애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는 걸로 하자~ 나 어제 기분이 별로더라고. 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역시 나도 똑같은 여자애인가 봐 ㅎ’ 

‘응 그래~ 본의 아니게 내가 기분 나쁘게 했으면 미안해’ 

‘아니야 뭐 내가 물어본 건데 뭐~ 어서 출근해서 커피 한잔 해’ 

‘알겠어~ 슬이도 커피 한잔 하면서 가~’ 

‘이미 하고 있음 ㅎ’ 

커피를 들고 있는 이미지와 함께 메시지가 왔다. 

‘휴~’


한시름 놓았다는 생각이 들기 무섭게 나의 ‘하루 만회 하기’ 능력은 이제 소멸된 것인가?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연애를 함에 있어서 꽤 괜찮은 능력이었는데 사라 진 거 같으니 서운한 마음마저 들었다. 처음 생겼을 때 놀랐던 건 까마득히 잊은 채. 

그렇게 회사에서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퇴근하는 길에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차였냐?’ 

‘다행히 아직은 아닌 거 같다.’

‘안타깝다. 너처럼 꼴값 떠는 놈들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하는데 ㅎ’ 

‘그러게나 말이다. 괜한 짓을 한 거 같다. 역시 남자란 놈들은’ 

‘그럼 이젠 그 이상한 능력(?) 경험은 못하는 건가?’

‘글쎄 모르겠네. 모 시작 할 때도 알고 시작한 것도 아니니 끝나는 것도 이렇게 끝나는 거 아닐까?’

‘그런가? 나름 부러웠는데 그 능력(?) ㅋ’ 

‘그렇지~ 연애할 때 실수는 뭐 항상 하는 동물이 남자라는 것들이니’ 

그렇게 친구와 문자를 마치고 편의점에 들러서 캔맥주와 먹을거리를 좀 샀다. 오늘은 왠지 혼자 한 잔 하고 싶은 그런 기분의 밤이었다. 


‘나의 멍청함에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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