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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남자 May 03. 2024

#20200919

“그럼 오늘은 오빠 혼자 집 정리 하고 내일 내가 집들이 선물 사서 놀러 갈게~”

“응 그래~ 오늘은 청소도 해야 하고 해서 먼지도 많이 나고 정신없을 거야”

“알겠어 어서 정리 좀 하고 쉬어~ 이사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알겠어~ 오늘 수업 두 개지?”

“역시 똑똑한 내 남친ㅋ 근데 하나 취소 됐지요~”

“오~ 그럼 뭐 하기로 했어? 그 시간에?”

“응 엄마랑 스파 가기로 했어. 한동안 엄마랑 안 놀아 줬더니 엄마가 삐쳐서ㅎ 오늘은 스파하고 저녁도 같이 먹으려고~”

“역시 착한 내 여친ㅋ 어서 수업 준비해~”


오랜만에 이사를 해서 못 보던 물건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집안에서 잃어버린 물건은 다음 이사 때 찾을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셀프로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워낙 미니멀리스트로 살아서 짐이 많진 않지만 역시 다 꺼내 놓으니 적지 않은 짐이었다. 이삿짐을 싸면서 꽤 많은 걸 버렸지만 하나 못 버리고 가지고 온 물건이 있었다.


‘전 여자친구에게 받았던 손편지와 카드들’


우린 생일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항상 선물과 함께 손으로 쓴 편지 혹은 카드를 함께 전했었다. 연애를 한 기간이 꽤 길었으니 그 편지의 양도 꽤 되었고 중간중간-연애 초창기였지만- 아무 날도 아닌데 편지를 써 주곤 했다. 짐을 챙기다 그 편지들을 보관한 박스를 발견하고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서 편지들을 읽었다. ‘그대’가 그리운 건지, ‘그때’가 그리운 건지 모를 감정들을 느끼면서.


어떻게 해야 고민을 하다가 일단 챙겨서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잘한 결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쉽게 버려지진 않았다. 그래서 짐 한 구석에 넣고 난 다시금 이삿짐을 챙겼다. 정확하게 어디에 둔 지 모른 체.

대충 다 정리가 된 거 같아서 의자에 앉아서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둘러보았다. 이사를 한 이유는 특별한 건 없었다. 그냥 환경을 바꿔 보고 싶은 마음에서. 어차피 그전에 살던 오피스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네이지만. 별 수 없는 직장인이라서 회사와의 거리도 신경 써야 하고. 난 학교와 회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까운 게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이사 잘했냐? 뭐 필요한 거 있음 말해라. 적당히 싼 걸로”

조금 쉬고 있는데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음… 지금은 딱히 필요한 건 하나 있는데 그거 사줘라”

“뭔데?”

“건조기”

“닥쳐 끊어… 우리 집에도 없는 걸 너한테 왜 사주냐 미친놈아”

“오~ 막 그 큰 거 그거 사주려고 하나 봐~ 작은 것도 나왔는데 그건 별로 안 비싸니 하나 사줘라ㅋ”

“아 그래? 그럼 링크 보내봐라”


역시 답은 동일했다. 욕이 더 추가된 메시지를 받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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