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오늘 시간 언제가 편하세요?’
오전에 어제 면담을 신청했던 팀원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후에 어때요? 14시 정도에? 내가 외부에 점심 약속이 있으니 들어와서 알려 줄게요’
‘네 알겠습니다’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평상시에 일도 곧잘 하는 편이고 팀원들과도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았는데. 더군다나 지난번 팀원 면담 때 역시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렇게 일은 하는 둥 마는 둥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오전을 보내고 임원과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건물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오늘은 누구랑 점심 먹어?’
그녀에게 때마침 연락이 왔다.
‘응~ 나한테 같이 일하자고 했던 임원이랑 먹기로 했어. 이번주가 마지막 출근인 거 같더라고’
‘아~ 그렇구나 잘 챙겨 먹어. 난 오늘 상담이 많아서 진이 빠질 듯’
‘이런… 달달한 거 옆에 한통 두고 시작해’
‘ㅋㅋ 이미 준비해 뒀지’
라는 메시지와 그녀가 좋아하는 초코볼 한통이 책상 위에 있는 사진이 날아왔다.
‘잘했어~ 살살해’
그렇게 그녀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박 이사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오셨어요? 언제 오셨데요”
“좀 됐는데~ 누구랑 연락을 하길래 그렇게 집중하고 하는 거야?”
“개인생활이니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여자 친구네 뭐ㅎ 좋을 때야ㅎ”
“꼰대 같은 멘트는 넣어 두시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난 일단 토요일은 아마도 좀 쉬고 일요일에 관련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며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지 등등. 주중에 하루 정도는 퇴근 후 미팅을 진행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다. 추가적인 부분들은 하면서 조정하는 것으로 하고.
“근데 그 친구 아시죠? 저희 팀에”
“뭐 몇 번 같이 미팅도 하고 해서 알고 있지. 왜 무슨 문제 있어?”
“아니 어제 갑자기 면담을 하자고 해서요. 전혀 감이 오는 게 없어서”
“김팀이 감이 안 오는걸 내가 어찌 알겠어ㅎ 업무 성과가 별로인가?”
“아니에요. 일도 연차에 비해서 잘하는 편이고 업무적인 부분의 문제는 크게 없어 보이는데”
“주로 이런 경우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나요? 그래도 저보단 경험이 많으시니”
“그런 경우는 이직 아니면 퇴사인데…. 내 경우는 대부분 그러긴 했어”
“음…. 저도 그렇진 않을까? 짐작만 하고 있어서 이따 들어 보면 알겠지요”
“암튼 마지막으로 이런 말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그럼 하지 마세요 ㅋㅋ”
“함께 하기로 결정해 줘서 고맙네”
웃음과 어깨 으쓱으로 답을 대신하고 다시금 회사로 들어왔다. 들어오면서 그 팀원과 눈이 마주쳤고 난 10분 후에 보자고 손가락을 모두 펴고 입모양으로 알려 주었다.
“요즘 일하는 건 어때요? 힘든 건 없고?”
“네 뭐 일 때문에 힘든 건 없습니다. 나름 재미도 있고요~”
“아~ 일이 재미있으면 안 되는데 ㅋㅋ, 그래 나한테 물어보고 싶다고 한건 뭐예요?”
“음… 팀장님은 그래도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이 들어서요”
“무슨 일인데? 약간 무서운데요..”
“아니에요 ㅎ 그런 건 그냥 현 직장 상사에게 이직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좀 그렇긴 하잖아요”
역시 이직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하긴 회사에서 직장인들이 할 만한 이야기가 뭐 매한가지이지만.
“그렇군요. 뭐 직장인은 어디든 갈 수 있죠. 어디 오퍼 받은 곳이 있어요?”
“아니요 아직 없는데. 혹시 박이사님 퇴사하시는 거 아시나요?”
“네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라고 해서 아까 같이 점심 먹긴 했어요. 팀원들 다 아나요? 다 소문내고 다니는 건가 ㅎ”
“그런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알게 되어서요. 창업하신다고 하는 거 같던데 맞나요?”
왠지 느낌이 좋지 않은 대화의 흐름이다. 왠지 그곳으로 이직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 스타트업에서 일해 보고 싶은 생각이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그 사람이 창업하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올 거 같았고 내 생각은 정확하게 맞아 버렸다. 하지만 내가 합류하게 될 것이라는 건 아직 모르는 눈치였다.
“음….. 스타트업은 생각보다 많이 불안정하고 일도 많고 해서 그냥 비치는 모습과는 많이 달라요. 알고 있어요?”
“네 친구 중에 몇 명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어서 듣긴 했습니다.”
“그 친구들은 뭐라고 해요? 추천해요?”
“반 반이긴 해요. 지금 있는 곳 좀 더 다니고 더 큰 곳으로 가라는 친구도 있고, 이쯤에서 한번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는 사람도 있고.”
“지금 몇 년 차지요?”
“여기선 3년 되었고 총 7년 차입니다”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시기이긴 하다. 직장인들의 숙명이라고 해야 할 수도.
“글쎄 다른 사람들 의견보다는 본인의 생각이 더 중요하죠. 어떤데요?”
“사실 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훗날 제가 창업을 하는데 도움도 될 것 같고요”
대충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면담은 마무리되었다. 난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하지 않는 편이다. 아니하면 안 되고 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그런 결정을 했을 때 생길 일이 대해 먼저 살아 본 사람으로서 이야기해 줄 뿐. 어차피 결정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