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커피 한 잔 할까요?’
나에게 박대표의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고 싶다는 팀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읽음’ 표시가 사라지기 무섭게 답이 왔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14시에 앞에 커피집에서 봅시다. 난 점심 먹고 산책하고 바로 갈 테니’
어제 박대표한테 연락이 왔었다. 오늘 저녁에 그 팀원을 만나보기로 했다는 말과 함께 나에게 그 팀원에 대한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다. 난 내가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 주면서 판단은 알아서 하라고.
“김팀의 생각은 어때? 채용하는 것에 대해서?”
“일 잘하는 친구이니 긍정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뭐 결정은 대표께서 하는 것이고 처우나 이런 부분도 맞아야 할 테니까요”
“지금 대표 대접을 해 주는 거야? 좋은데 ㅎㅎ”
“원래 모든 결정과 책임은 대표가 지는 거니까요. 그렇게 좋아하실 것까지는 ㅎㅎ”
난 나의 의견을 박대표에게 전달을 했기 때문에 나 역시 그 팀원에게 나의 거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이 쌓여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영 내키지 않긴 하다. 이 나라에서 자란 나와 비슷한 세대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알게 모르게 주입된 ‘회피주의’ 때문에.
혼자 커피집에 앉아서 그녀에게 점심을 먹고 팀원과 커피 한 잔 하기로 했다는 연락을 하고 있는 찰나에 커피집을 들어오는 팀원과 눈이 마주쳤다. 나 역시 일어나서 같이 주문을 하고 커피를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항상 아이스를 마시는 건가요? 겨울이어도”
“네~ 그냥 이젠 습관이 된 거 같습니다. 팀장님은 언제나 따뜻한 걸 드시네요”
“나 역시 습관이 된 거 같네요. 처음 시작은 그냥 허세였는데 ㅎㅎ”
그렇게 연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등의 잡담을 좀 하는 동안 커피가 나와서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박이사 아니 이젠 박대표라고 불러야 하나? 암튼 어제 연락이 왔더라고요. 오늘 만나기로 했다면서”
“아 연락하셨군요. 네 오늘 퇴근 후에 사무실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요 그럼 오늘은 좀 일찍 나가봐요 차 밀리기 전에”
“아 그래도 될까요? 일 마무리되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한테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봤고 난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선에서 모든 걸 이야기해 줬다고 그 팀원에게 말을 해 줬다.
“내가 해 준 이야기와는 별개로 아마 박대표도 나름의 생각이 있을 테니 가서 이야기 잘 나눠봐요. 가능하면 연봉이나 이런 부분도 잘 이야기해 보고”
“넵 팀장님 조언 감사합니다. 연봉은 뭐 지금 보다는 당연히 적겠지만 혼자 살기도 하고 하니 어느 정도선에선 만족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스타트업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지금은 더 커서요”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뭔가 기분 좋은 흥분이 느껴졌다. 이런 그의 마음이 가능하면 오랫동안 유지 되길 바라지만 그건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보니.
“아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가 있어서 오늘 보자고 한 겁니다”
“네 일과 관련된 부분인가요?”
답을 마치고는 가지고 나온 노트를 펼치며 무언가를 메모하려는 그의 행동에 나는 손사래를 치며 그럴 필요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곤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나 역시 2월에 퇴사를 하고 박대표의 스타트업에 합류할 거라는 사실, 박대표가 퇴사하기 이전에 나에게 먼저 제안을 해 줘서 고민하다가 결정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곳으로 이직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리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는 것까지.
다 듣고 나서는 약간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띤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곤 대뜸 나를 보더니 내가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팀장님 고맙습니다”
“어? 뭐가 고맙다는 말이죠? 난 감사 인사를 받을 만한 걸 한 게 없는 거 같은데”
스타트업을 경험해 보고 싶고 이왕이면 아는 사람이 창업한 곳이 나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마음을 먹었지만 박대표와 직접 대면해서 일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있는 곳을 퇴사 함에 있어 가장 아쉬운 건 나에게 좀 더 일을 배우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컸다고 한다. 근데 나의 말을 듣고 본인이 고민하던 모든 것들이 한 번에 해결이 되어서 처음엔 얼떨떨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고. 그러다 나온 말이 고맙다는 말이었다고.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니 내가 고맙네요”
나 역시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난 얼떨결에 나온 말은 아니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