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리고 있어~’
그녀가 탑승 전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찍은 셀피와 함께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침에 일어나서 숙소에서 짐을 챙기고 체크 아웃 전 커피를 한 잔 하고 있었다. 그녀가 오기 전엔 나 혼자 있으면 되니 호스텔에서 묶고 있었기에. 그녀가 오면 숙소를 옮길 생각으로. 20대에 배낭여행 할 때 이후로 처음 묵은 호스텔은 예상대로 활기 넘쳤지만 그 활기를 온전히 느끼지는 못했다. 그때와 같지 않은 몸과 마음 탓인지.
‘옷은 따뜻하게 입었어? 여긴 아직 한겨울 느낌이야~’
‘그래? 패딩 입고 했는데 필요하면 거기 가서 좀 더 사지 뭐’
‘알겠어~ 한 3시간 정도 있으면 외국에서 보겠네 ㅎㅎ 처음 같이 하는 해외여행이라 설레고 좋네’
‘맞아~ 너무 좋아 ㅎㅎ 삿포로엔 지금도 눈이 오고 있어?’
창밖을 보니 현재는 눈이 오진 않고 맑고 추운 날씨였다. 근데 며칠 지내본 바로는 이러다 갑자기 눈이 오는 곳이긴 했다. 마치 동남아의 스콜처럼.
‘아니 지금은 안 오고 날씨가 좋아’
창밖의 풍경을 사진 찍어 그녀에게 전송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 이상 뭉그적 거리고 있을 수는 없기에. 오늘 체크인해야 하는 곳에 가서 짐을 맡기고 공항으로 그녀를 마중 나가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오는 그녀보다 늦었을 때 발생될 즐겁지 않은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호텔에 짐을 맡겨 두고 공항으로 향했다. 꽤나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여행 일정 중 누군가를 마중 나가는 것은 처음이라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의 여행은 혼자서, 몇 번은 함께 떠났기 때문에. 마치 서울에서 살고 있으면서 누군가 한국으로 입국을 해서 마중 나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현재 나는 낯선 일본의 한 도시에 있지만.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해서 입국장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국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려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러브 액츄얼리’라는 영화의 오프닝 장면이 떠오를 뿐. 그렇게 혼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입국장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의자에서 일어나 입국장 앞으로 가서 서성거린 지 얼마 안 있다가 그녀가 캐리어를 밀면서 나오고 있었다. 근데 얼핏 봐도 입고 있는 옷이 그렇게 따뜻해 보이진 않았다. 패딩까지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서 와 삿포로에 온 걸 환영해~”
“ㅎㅎ 웃겨 마치 오빠가 여기 사는 사람 같이 이야기하네~”
“그래? 현지인 같아? 며칠 있었더니 ㅎㅎ 그나저나 춥지 않겠어?”
“지금은 괜찮은데, 걱정 마 캐리어 안에 옷 더 있어”
“감기 걸릴 거 같은데… 음…. 호텔 도착 하면 더 입어~ 어차피 지하철 타고 가면 안 추우니까”
잔소리 그만하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그녀를 보고는 입을 닫고 그녀의 캐리어를 낚아채듯 들고 그녀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래 빨리 그렇게 했어야지 ㅎㅎ 가자~ 배고프다”
처음 같이 하는 여행이라 기대반, 걱정반이긴 하다. 평상시엔 잘 맞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각자 다른 여행 스타일 때문에 꼭 싸우는 커플들이 있다고들 하니. 서울에서 같이 지낼 때를 떠올려 보면 그녀와 나는 여행 스타일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은데 그건 앞으로 함께 할 4일이 지나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니 ‘걱정 반’은 일단 넣어 두고 ‘기대 반’을 그 빈자리까지 채워 ‘기대 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눈이 쌓인 창밖을 보며 연신 ‘이쁘다’를 외치며 사진을 찍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