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백수

by 그런남자

20C에 방영하던 드라마들에 보면 꼭 한 명씩 백수 삼촌 혹은사촌형이 나온다. 그들은 항상 트레이닝복을 입고 머리엔 새집을 만든 채로 늦은 오전에 기상을 하곤 한다. 그러면 당연히 집안 어른들은 그런 ‘백수’ 삼촌에게 면박을 주시고 머쓱해 하는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현재를살아가고 있는 ‘백수’들의 모습은 그 당시의 그들과는 어떤차이가 있을까?

‘백수’, 지금은이와 비슷한 의미로 ‘취준생’, ‘공시생’, ‘고시생’ 등으로 불리 우고 있다. 모두 현재 취직을 준비하고 있거나 취직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즉, 현재 무직자들이다. 그럼 현재 이들의 삶은어떨까? 늦은 오전에 일어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학생때와 큰 차이 없이 새벽같이 일어나 도서관 혹은 학원으로 향한다. 그렇게 하루 종일 공부를 하다가 밤늦게 집에 와서 잠을 잔다. 식사는 학교 식당이나 학원 근처의 싼 백반집, 혹은 요즘엔 편의점 도시락을 많이 이용한다. 그렇게 매일 매일을반복되는 일상으로 살지만 그들은 학생과는 신분자체가 다르다. 직업란에 쓸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이 나라에선 이런 ‘백수’들이 하나의 사회 계층이 될 만큼 그 수가 너무 많다.

그럼 ‘백수’의 삶을 그나마 조금이나마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약 10년 전 내가 처음 취직을 하고 회사를 다닐 때 내가 졸업한대학에서 후배들에게 취직에 관한 멘토링을 해 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냥 남들 다 아는 대기업혹은 외국계 기업 다니는 졸업자들 몇몇을 초청해 know-how 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것들을 알려 주는그런 자리였다. 난 그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백수 예찬론(?)’을 주장했었다. 나도 대학 졸업 후 6개월 정도 백수 생활을 토대로 후배들에게 지금 생각해 보면 가당치도 않은 망언을 했었다. 하지만 나에겐 그 6개월이라는 시간은 상당히 유용했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나에 대한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 자소서를 쓰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나는 어떤성격이고,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라왔으며,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있는지 등등의 생각들을 많이 했었다. 솔직히 그 전까진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스스로가 깊이 생각을 해 본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남들이평가하는 ‘나’라는 모습이 진정 ‘나’인줄 알면서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남들이 보는 ‘나’와 내 스스로 보는 ‘나’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것을깨닫는데 6개월이라는 시간을 썼던 것 같다. 그 과정을 통해서좀더 단단해 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지금은 아무리 이런 과정이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시간이라고 해도 누구한테건 ‘백수’를 하라는 말을 할 순없다. 10여 년 전에도 유리멘탈인 사람은 해선 안 된다고 조건을 걸었었다. 어쩌면 유리멘탈인 사람에게 더 필요한 시간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keyword
이전 02화시시콜콜한,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