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하지 않는 사람

열일곱번째 억지

by 그런남자

얼마 전 아는 후배한테 문자르 받았었다. 자기 아들도 오빠처럼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문자 내용에서 말하듯이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보다 훨씬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루에 한 권씩 혹은 그 이상 읽는 사람들도 꽤 있다. 사실 내 주변엔 나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로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정도뿐.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즐겨했던 것은 아니다. 나의 학창 시절의 독서는 '슬램덩크'와 '드래곤볼'이라는 만화책으로 점철된다. 당시에 주간지에 연재되던 두 만화를 보기 위해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서점으로 뛰어갔던 기억이 있다. 만화책을 독서의 범주에 넣지 않는 것에는 나는 반대한다. 만화책도 나름의 대단히 심도 있는 세계관과 서사를 가진 것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만화책이 아닌 그래픽 노블이 아닌 그냥 대부분이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는 책을 읽는 행위만을 '독서'로 한정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한국인들은 특히 성인들은 책을 거의 안 읽는다고 통계는 항상 말을 하고 있다. 통계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함정을 가지고 있어서 맹신하면 안 되지만 많이 읽는 편은 아닌 거 같다. 독서를 안 한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안 해도 살아 가는데 크게 지장이 있거나 하진 않는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독서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위의 통계 제목은 수정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독서를 (하고 싶으나 못하는) 안 하는 사람들의 수'로 말이다. 그럼 왜 그들은 독서를 안 하는지 혹은 못하는지 생각해 보겠다.


#1. 책 말고 재미있는 게 너무 많다.

말 그대로이다. 독서 말고도 이 세상엔 너무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 등 하다못해 요즘엔 핸드폰만 보고 있어도 몇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척에 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손이 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나 역시도 독서를 하면서 핸드폰을 수십 번은 보는 거 같다. 이처럼 저마다 좋아하는 활동들이 있다. 그런 모든 활동들을 독서가 이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는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얻는 것이 가능해졌다. 책에서 얻을 수 있던 정보나 지식을 텍스트의 형태가 아닌 영상의 형태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고 그렇게 얻은 지식이나 정보들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비해 절대 뒤지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시각에 예민하기 때문에 영상을 통한 정보 전달이 좀 더 쉽게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 독서를 정보와 지식을 얻는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완벽하게 대체할 만한 매체들이 현재는 차고 넘친다.


#2. 독서는 습관이다.

흔히들 사람들에게 취미를 물어볼 때 나오는 대답 중 하나가 '독서'이다. 하지만 난 이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독서'라는 행위는 취미가 아닌 습관이다. 다른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독서를 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사람들은 아직 '습관' 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은 습관화하기 싫을 수도 있다. 암튼 나의 독서 습관은 다음과 같다.

1년에 30권 읽기

매일 읽기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기

책은 구매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기

이 습관을 항상 지키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 덕택에(?) 내가 자주 이용하던 모든 공립도서관들이 무기한 휴관에 들어가서 조금 곤란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곤 지금도 지키고 있는 습관들이다. 매일 읽는 것이 조금 어려울 수 있어서 사무실에 조금 일찍 나가서 30분이라도 독서를 하는 편이다. 본인이 독서를 본인의 하나의 습관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면 몇 가지 규칙을 정하고 지켜보는 것을 추천하긴 한다. 따라서 독서를 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습관이 들지 않아서 그렇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습관을 만들거나 고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본 일일 것이다. 나 역시 나의 독서 습관을 완전히 체화시키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었다.


#3. 시간이 진짜 없다.

나는 지하철을 거의 타지 않는다. 현재는 역세권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이라는 교통수단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주로 버스를 탄다. 근데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한 가지 안 좋은 점은 독서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몇 번 시도해 봤지만 멀미가 나는 걸 막을 순 없었다. 그와 반대로 지하철을 종종 탈 때 그리고 독서를 할 때 멀미 증상은 없어서 나에겐 그나마 지하철의 순기능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 내 주변엔 거의 직장인들이다- 은 시간이 많이 없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상대적인 시간은 부족한 것이 맞는 것 같다. 회사를 오가는 시간이 그나마 무언가를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쉽게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그것마저 쉽지는 않다. 피곤함에, 무언가를 할 수 없을 정도의 혼잡함에 대부분은 음악을 듣거나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면서, 혹은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면서 오고 가고 있다. 그렇게 회사에서 일을 하고 집에 오게 되면 주중엔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잠들기 전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3~4시간 정도 남아 있다고 해도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그냥 티브이를 보거나 혹은 연인과 통화 혹은 톡을 하면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뿐. 독서라는 행위를 시도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시간이 진짜 없다'라고 적긴 했지만 실제로는 (쉬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을)이라는 말이 앞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 체력도 없다. 안타깝게도.


위에서 언급했듯이 독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살아가는데 문제가 있거나 지장이 있진 않다. 독서를 하지 않아도 소위 세속적인 성공을 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성공한 사람 중에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나도 꽤 오랜 시간 독서 습관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야기해 보자면 독서가 나의 삶에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준 것은 많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 건 삶 자체가 조금은 더 윤택해졌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제적이 아닌 정서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확실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의 의견을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하게 되었으며 글을 쓸 때도 비슷한 능력이 생긴 것 같다. 또한 꼭 기억하고 싶은 구절은 기억해 두었다가 누군가에게 알려 줌으로 인해 나의 기억력 유지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즉, 독서를 함으로 인해 본인의 삶을 better 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good의 삶을 산다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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