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번째 억지
회사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의 담배를 끊은 시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난 담배를 한 10년 정도 피우고 2002년에 끊었다. 얼마 안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20년 전일이라는 것에 스스로 약간 놀랐었다. 난 꽤나 이른 나이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었다. 치기 어린 시절 그저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피우기 시작해서 내 눈에 더 이상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지지 않은 시점에 끊었다. 담배를 피우게 되는 동기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겉멋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말이 정확하게 맞는 사례가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한창 담배를 피우던 시기에는 여성들은 담배를 많이 피우진 않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이제는 오피스 지역 흡엽구역에서 흡연을 하는 여성들을 꽤나 많이 볼 수 있다. 난 담배를 피우는 행위에 대해서 그 당사자가 여성이건 남성이건 옳다 그르다의 가치판단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흡연을 하면서 동반되는 행동 중에는 정말이지 보기 싫은 행동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담배를 피우면서 바닥에 침을 뱉는 행위이고, 다른 하나가 오늘 이야기해보고자 하는 '벽 보고 흡연하는 여성'의 모습이다. 흡연이 잘못된 행위도 아닌데 과거에는 더 자주, 그리고 최근에도 종종 혼자서 흡연을 하는 여성들을 보면 벽을 보면서 무언가 쫓기듯이 흡연을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과거엔 길에서 흡연을 하고 있는 여성에게 무례하기 그지없게 뭐라고 하는 노인네들이 있었다. 그런 봉변(?)을 몇 번 경험한 여성이라면 당연히 본인이 흡연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2020년까지 여전히 그런 광경들을 목격하면서 여성들이 흡연할 때 왜 벽을 보고 하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내성적인 성향이다.
흡연을 하는 행위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성향 자체가 내성적인 사람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만약 지인 혹은 동료들과 함께 흡연을 한다면 아마 벽을 보고 흡연을 하진 않을 것이다. 단순히 혼자서 흡연을 하러 와서 보니 흡연 공간에 본인 혼자 있는 상황이라면 어떤 여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흡연의 시간을 즐기겠지만 내성적인 성향을 가진 여성은 어서 빨리 흡연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벽만 보면서 흡연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라는 친구까지 생겨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벽 쪽으로 몸을 틀어서 흡연을 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들은 다른 이유 없이 그게 본인에게 편한 것뿐이다.
#2. 여전히 시선이 곱지 않다.
며칠 전 편의점에서 무언가를 사고 계산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내 앞에 한 앳된 여성이 담배를 결제 전 편의점 직원에 요청에 의해 신분증을 제시 요청을 받았다. 그리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지 그 여성은 구매를 한 후 편의점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그 후 내가 결제를 하고 카드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데 그 점장인 거 같은 사람이 이런 혼잣말을 했다. '99년생 여자애가 담배나 피우고 있고.....' 그 말을 듣고는 순간 99년생이면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 나이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판매를 하였고 그 여성은 담배를 구매했다면 99년생은 담배를 피워도 되는 나이인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 여자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처럼 아직도, 여전히 여성이 흡연을 하는 것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성별과 상관없이 흡연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랑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하지만 딱히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는- 이유들로 여성이 흡연을 하는 것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시선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본인이 흡연하는 행위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웬만한 멘털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게 되면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숨어서 흡연을 할 수밖에 없어진다. 중고등학생들이 화장실 혹은 공사장 같은 후미진 곳에서 흡연을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무언가로부터 숨고 싶을 때 등을 보이게 된다. 등도 본인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뒤편'이라는 이유만으로.
#3.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나는 흡연 공간 주위를 지나가면서 유심히 봐서 사람들의 행태를 관찰할 뿐 정작 본인들은 본인이 흡연을 하면서 하는 행동들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냥 항상 피던 장소에서 여러 명 아님 혼자서 흡연을 하는 것뿐. 흡연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본인만의 자세가 있다. 또한 흡연을 하는 동안 담배를 잡는 손의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항상 그러게 하는 편이다. 내가 과거에 흡연을 할 때도 그랬듯이. 이와 같은 맥락에서 '벽을 보고 흡연을 하는 것' 은 하나의 본인의 무의식적인 행동일 뿐일 수 있다. 어떠한 의미부여도 할 필요 없는. 흡연은 일종의 습관이다. 좀 더 격한 표현으로는 중독이 좀 더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습관이 그러하듯 본인만의 패턴이 있게 마련이다. 하루에 몇 번을 피는지, 언제 피는지, 어떻게 피는지 등등. 심지어 흡연을 하고 나서 바로 가글을 하는지 까지도. 이런 습관들은 의식을 해서 시작했지만 습관화되고 나면 무의식의 단계로 넘어가게 마련이다. 벽 보고 흡연 역시 그런 습관화된 무의식일 뿐.
난 위에서 말했듯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하지만 종종 시가를 태우러 간다. 한 달에 한번 정도. 담배와 시가는 똑같은 거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비슷할 뿐 똑같지는 않다. 시가도 중독이 될까? 음. 그건 잘 모르겠다. 정기적으로 태우긴 하지만 꼭 태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니니. 하지만 정기적으로 태우니 중독의 일종일 수도 있는 것 같다. 흡연을 하는 행위는 '연기'라는 부분 때문에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흡연 장소 주변을 아무리 깨끗이 청소한다고 해도 다른 장소들에 비해 지저분할 수밖에 없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 역시 꽤나 많이 존재하고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1인이다. 하지만 지정된 장소에서 최대한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면서 흡연을 하는 것에는 크게 거부감이 없다. 게다가 그들은 나처럼 흡연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사람들이데 굳이 거부감이 있을 이유도 없다. 담배, 커피 등을 포함해서 '기호식품'이라고 표현한다. 즉, 본인의 기호에 따라서 취하는 것들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본인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고 당당하게 그 권리를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인의 '흡연'을 선택했고, 지정된 흡연구역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흡연을 한다면 당당하게 흡연을 했음 한다. 남성이던, 여성이던. 하지만 벽을 보고 흡연을 하는 행위는 '당당'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