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안 하는 사람

스무번째 억지

by 그런남자

몇 해 전 대학생들 멘토링 중에 한 대학생이 나에게 질문을 했었다. 20대에 꼭 이건 해야 한다라고 말해 주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당시 난 30대 후반이었고 그런 질문을 받는다는 거 자체가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난 그때도, 지금도,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저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게 대답을 했었다. 나의 답은 '연애' 다. 과거에 대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영어에서 항상 현재형을 사용할 때와 같은 맥락이다. 즉, 나에게 있어서 저 질문에 대한 답은 나에겐 언제나 같은 답일 것이기 때문이다. 난 결혼은 선택이지만 연애는 필수라고 항상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공공연하게 살면서 최선을 다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 연애 말곤 딱히 없다고 말하고 다니고 있다. 혹자들은 공부, 일, 취미 등등으로 반론을 제기하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들이 말하는 것들은 꾸준히 하면 되는 것이지 최선을 다해서 할 필요성을 느끼는 일들은 아니다. 하지만 주변에 연애를 안 하는 혹은 못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다. 본인들의 여러 가지 이유에서. 난 오늘 이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여기서 연애를 '못하는'은 'not well'의 의미가 아닌 'willing to but not'을 말한다. 언젠가 not well 한 사람에 대해서 글을 쓰는 날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 되겠지만. 암튼 오늘은 '못하는 사람' 보다는 '안 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해 보겠다.


#1. 연애 말고 다른 것들이 너무 재미있다.

세상엔 꽤나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다양한 취미 생활을 비롯하여 놀거리 볼거리들이 다양하게 있다. 그중에 하나 잘 맞는 취미생활을 찾아서 만끽한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이 여행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운동이기도 하고, 극히 드물지만- 내주면엔 아예 없지만- 그것이 일인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이런 취미 생활 혹은 여가 생활을 하면서 본인이 충분히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그 활동 자체에서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연애라는 활동이 필요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또한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시간적 여유 조차 없을 수 있다. 그저 주말 혹은 휴가에 본인의 취미활동을 할 생각에 기대에 부풀어 주중을 보내는 것이다. 연애하는 사람이 본인의 연인을 만나기 위해 주말을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2. 감정 낭비가 싫다.

위에서 말한 취미활동을 하는 데는 일정 부분 돈과 시간이 든다. 어떤 취미 활동이냐에 따라서 드는 시간과 돈의 차이가 있겠지만 돈, 시간 모두 들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연애도 마찬가지이다. 연애를 함에 있어서도 돈과 시간이 들게 마련이다. 아무리 돈을 안 쓴다고 해도 그만큼에 시간이 더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연애는 추가적으로 하나가 더 든다. 그건 바로 감정이다. 취미생활을 하면서 소비되는 감정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예를 들어 본인의 취미가 축구이고 본인이 참가한 경기에서 지게 된다면 물론 기분이 별로 일 것이다. 게다가 패배의 원인이 본인의 경기력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더더욱 자책하는 마음이 들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감정이 본인이 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로 큰 것은 아니다. 일요일에 했던 축구 경기에서 졌다고 해서 돌아오는 주 내내 풀 죽어서 생활하진 않을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 그런 사람이 있다면 죄송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하지만 연애를 할 때 사용하는 감정은 그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수준이다. 만약 연인과 일요일에 헤어졌다고 한다면 그 돌아오는 주는 고사하고 앞으로 몇 주, 길게는 몇 개월 동안 불안정한 감정 상태로 지내야 할 수도 있다. 계속 우울하고, 계속 침울하고, 웃고는 있지만 그저 입만 웃고 있는 그런 상태.

몇 번의 그런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을 통해서 연애라고 하는 행위 자체를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겁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말하지는 못할 것이고 그런 결정을 한 사람의 생각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3.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못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가슴 아픈 이유이기도 하다. 나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말을 하는 그 순간에도 내가 하는 말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서로 연애를 할 상대가 있어야 한다. 그게 동성이건 이성이건 상관없다. 그럼 연애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물론, 그 상대가 맘에 들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지만. 하지만 이건 대단히 판타지 같은 말이다. 연애를 함에 있어서는 연애 상대 이외에 꽤나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위에서 말한 대로 어느 정도의 돈과 시간이 필요하고 연애를 함에 있어서 사용해야 할 감정의 여유까지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여유를 전혀 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한창 연애를 해야 하는 청춘이라고 불리는 나이에. 그것이 더더욱 안타까운 것이다. 그냥 음료수만 하나씩 사서 공원 데이트만 해도 좋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연인들도 있고 있어 마땅하다. 하지만 솔직히 매일 그럴 순 없다, 이런 이유의 시작점이 경제적인 부분이라는 것이 대단히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현실이 그런 것이다. 연애 찬양 주의자인 나 역시 내가 실직상태일 때 스스로 연애에 대해 움츠려 들었던 것을 보면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인간임을 느꼈었기에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연애는 좋은 것이고 꼭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변에 보면 연애를 안 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솔로인 상태로 있는 사람도 있고 딱히 그런 말 없이 그냥 솔로인 사람들도 있다. 전자인 사람들은 눈이 높거나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후자인 경우는 위에 말한 이유와 그 외에 다른 이유들로 연애 자체에 흥미를 없거나 잃어버린 사람들 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난 계속 연애는 좋은 것이니 꼭 해야 한다고 설파해 왔었다. 건방지게 시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연애를 안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긴 하다. 용기를 한번 내어 보라고. 취미 활동 말고 연애에서 그 기쁨을 찾아보라고. 왜냐하면 '연애'라고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기는 대단히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연애 같은 결혼 생활 말고 진짜 연애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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