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배 위에서 잠든 너희를 느끼며

by 애로

네 몸뚱이 하나 책임지고 건사하기도 힘든데

무슨 동물을 키우냐

쓸데없는 데에 돈 들이지 마라


맞는 말이다


내 한 몸뚱이 건사하기 힘든 세상이다

때로는 돈이 없어 라면 따위로 하루를 때운다

쓰고 싶지 않은 곳에 힘들게 벌어 낸 돈이 처박힌다

즐기고 싶은 것들은 잠시 접어 둘 때가 많으며

애쓴 것들은 대낮에 꾼 꿈처럼 사라지고

어디를 향해 걷는지 어떤 곳을 바라보고 있는지

두 눈이 아득해져 잊기 십상이다


잘하고 있는 건지 단단히 확인받고 그다음을 향해 나아가고 싶지만

나는 그냥 덩그러니 그곳에 놓여있을 뿐이다


가치 있는 것들을 위한,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바라왔던 나의 오늘은,

별 볼일 없을 때가 더 많다


이토록 가진 것 없고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내가

또 다른 생명을 키우는 이유는


나는 적어도 이들에게 전부이자

그 모든 걸 오롯이 책임지는 한 사람이 되고자 하기에,

그 책임감에 매일을 버티며 가치 있는 오늘을 살아낼 수 있기에,

사사롭고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것에서 눈 돌리고

낮게, 낮게 들썩이는 살 오른 궁둥이를 바라볼 수 있기에,


그렇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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