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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따비 Jan 19. 2017

예기치 못한 일상

일탈, 뭐 별 거 아니다.


습관처럼 가던 카페가 만석이었다.

혹시나 해서 기다리길 몇 분, 돌아설까 말까 고민하다 문득 시야에 들어온 그 광경.

유독 빼곡하게 앉아있는 사람들, 그들이 모여 만들어낸 소리, 공간의 크기에 비해 유독 그 빽빽한 밀도.


그냥 집에 갈까 아니면 옆 카페를 갈까.

예상치 못하게 틀어진 계획에 생각이 많아졌다.


조금은 우유부단하고 사소한 것에도 생각이 많은 나에게도,

때로는 무던한 기다림보다 단호한 결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발걸음을 뗐다.


바로 옆에 대안이 있었다. 원래 있던 카페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또 문을 연 카페.

오며 가며 '인테리어 예쁘네', 생각만 했을 뿐 굳이 찾을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게 수개월이었다.

(이미 익숙해진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모름지기 동기가 필요한 법이다.)


문 앞에서 발이 멈췄고, 잠시 멈칫하다가,

그렇게 들어섰다.



평범한 날 오후 세시쯤, 집 앞 카페를 찾은 나는 변함없이-,


자리 한 켠을 차지하고 앉아 가방에서 책을 꺼냈고 할 일을 시작했다.

가끔 휴대폰을 만지작거렸고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창밖 풍경에 무던한 시선을 던졌고

카페 안 사람들에게 눈길이 닿았다.


다만 변함없는 일상은 꼭 '변함없지만은' 않게 됐다.

이 낯선 공간에서-,



새 쿠션으로 편한 의자가 만족스러웠고

이곳의 카페라떼가 맛있어 기분이 좋았다.

벽 전면의 큰 창으로 바깥 거리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고

이 곳을 찾은 손님들의 얼굴들은 유독 더 새로웠다.


거길 갔었으면 잠을 잤을 감각들이

조심조심 깨어나 실눈을 뜨고 호기심을 드러냈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 고작 바로 옆 카페에서

'예기치 못한 일상'이 찾아온 거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별 것 아니지만 사실은 꽤나 별 것이 되어버린 소소한 자극.

딱히 새로울 것 없었을 평범한 하루에

짧았지만 옅게나마 밑줄 그을 만한 시간.



몽글몽글 유난히 부드러운 우유 거품과

쓰지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고소한 카페라떼.


꼭 이 음료가 생각나서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시 생각날 여기.

다시금 감각들이 무뎌지고 일상 속에 침전돼 있을 때쯤,

조금만 시선을 돌리고 한 번 더 단호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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