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때 묻은 초록색 경운기

글을 짓는 청년농부 조니

by 조니

농번기에 울려 퍼지는 흥겨운 경운기 소리는 마치 마을축제날의 꽹과리 소리가 연상된다. 경쾌한 경운기 소리는 마을 전체에 점층적으로 울려 퍼지고, 모두 둘러보고 온 그 소리는 다시 나의 귓가로 되돌아온다.


내 눈앞에 있는 초록색 경운기는 조금 특별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독하고 힘든 농사일을 10년 넘게 우직하게 도와준 고마운 녀석이기 때문이다. 한 해 농사를 위한 로터리 작업을 시작으로 곡식들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경운기 작업은 항상 아버지의 일이었기에 나는 경운기를 몰아본 적도 아니 시동을 걸어본 적도 없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지금 외롭게 홀로 남겨진 녹색 경운기를 내가 직접 손 크랭크를 사용해 예열을 시키고, 시동을 건다.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 두 번, 세 번 시도 끝에 겨우 시동이 걸렸는데 이제는 제법 멋지게 한 번에 시동을 걸 수 있을 정도로 경운기와 나의 친밀도는 더욱 높아졌다.


시동을 걸은 경운기의 경쾌한 울음소리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시켜 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어있었다. 솔직히 무뚝뚝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관계가 그렇듯이 다정하게 서로의 근황이나 이야기를 자주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었다. 아들 앞에서는 그렇게 무뚝뚝하시던 아버지가 친구분들을 만나시면 우리 막내가 대학교 때 상장을 책꽂이 꽉 차게 받아오고, 혼자서 캐나다 유학을 다녀오고, 해외에서 공기업 인턴을 하고 있다며 그렇게 아들 자랑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셨다고 한다.


막상 아들 앞에서는 “잘했다”, “수고했다”, “최고다”라는 칭찬 한 번이 인색하셨던 분이 친구분들께는 그렇게 자랑하고 다니셨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을 때는 기분이 좋기보다는 “다른 사람들한테가 아닌 아들한테 직접 칭찬을 해주시지”하며 큰 아쉬움으로 나에게 돌아왔다.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도 크게 느껴졌지만 미래에 만나게 될 나의 아들에게는 사랑과 칭찬을 말로써 전해주고, 서로에게 공감을 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에 대한 필요성의 교훈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경운기를 통해 아버지와의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다시 한번 경운기의 시동을 힘차게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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