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토리'와의 첫 만남
영롱했다. 일 때문에 밤이 되어서야 내 차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달빛 아래 영롱히 빛나는 것은 호수의 수면, 마당의 연못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희고 매끈하게 그리고 듬직한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는 셀토리(기아 셀토스를 부르는 나만의 애칭)였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예쁘고 똑똑하고 비싼 큰 고철 덩어리'에 '셀토리'라는 애정이 가득한 이름을 지어주었고, 마치 조카가 갓 태어났을 때 조심스레 손가락과 발가락이 몇 개인지 살펴보았던 것처럼 행동했다. 차를 인수하기까지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도 했고, 그 기간 동안 이미 이 차에 대한 이미지와 정보를 수도 없이 많이 접했지만 막상 내 앞에 있으니 신기하고 얼떨떨했다.
"정말 이게 내 차라니!"
유튜브를 통해 시동을 거는 방법부터 센터패시아(Center fascia;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차량 내부 기능을 조작하는 버튼이 있는 부분) 조작법, 크루즈 기능 사용법 등을 여러 번 시청했지만, 막상 운전석에 앉으니 모든 버튼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이것은 마치 매체에서 자주 접해 얼굴이 매우 익숙한 연예인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단번에 알아보지 못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 바로 그 느낌이었다.
나는 모든 게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운전석에 가만히 앉아 그 기분을 온전히 느꼈다. 돌문화공원 주차장을 돌며 운전연습을 했던 초보 운전자가 열심히 모은 돈으로 첫 차를 구입하고, 포장도 다 뜯기지 않은 새것의 냄새로 가득한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았을 때의 그 느낌은 오직 그날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내 '첫 차'와의 성공적인 '첫 주행'을 위해 안전벨트를 매었다. 옆자리에는 엄마가 타고 계셨다. 나는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시트를 조정하고, 사이드미러와 룸미러 각도를 맞추던 그날을 떠올렸다. 조수석에 타고 계신 엄마의 모습이 마치 그날의 경찰관 같았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엄마는 잔소리가 많으셨다. 밤 운전이라 약간 겁이 난다는 나에게 엄마는 엄마의 방식대로 내게 용기를 주셨다.
셀토리는 그 어떤 세단보다 부드럽게 도로를 달려 나갔다. 수년간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자차 운전'에 대한 로망이 현실이 되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신기하면서도 낯선 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의 감도가 조금은 예민하게 느껴졌다.
"처음이라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해. 셀토리!"
흰색 보닛에 반사된 네온사인과 신호등 불빛은 어느 미술관에서 보았던 명화처럼 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