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차
시간과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해방감을 맛본 뒤, 나는 '내 차'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게다가 기껏 탈출시킨 운전면허증을 다시 장롱에 가둬둘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이 날을 위해서 내가 그토록 열심히 포털사이트에 온갖 종류의 자동차를 검색했던가.
나는 마음에 담아두었던 소형 SUV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있을까 매일 검색을 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동급 차량들을 비교 분석한 영상과 실제 차주들의 후기 영상을 찾아봤다. 오래전부터 나는 내가 성인이 되어 첫 차를 사게 된다면 SUV를 사겠노라 다짐했었다. 세단과는 다르게 외관에서부터 느껴지는 강인함과 스포티함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크기도 적당하고, 나약해 보이지 않고, 짐도 충분히 실을 수 있는 소형 SUV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차를 마침내 결정했다.
차를 사면 10년은 탈 생각이었기에 차량 색상과 트림을 선택하고 추가할 옵션을 고르는 것까지 신중하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주변에서는 차 하나 사는데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알아보는 나를 지독한 인간으로 보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천 단위의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모든 선택에 심사숙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긴 색상과 옵션 선택에 대한 고민은 물론이거니와, 이 차의 변속기는 DCT미션이라 오르막에서 꿀렁거림이 있고, 이것은 이 미션의 특성이라 세단의 승차감과는 비교할 것이 못된다는 것까지 알아보는 경우는 흔치 않겠지. 게다가 카마스터에게 받을 서비스에 대해서도 꼼꼼히 체크하고, 틴팅(tinting) 농도에 따른 시인성과 TSER(총 태양에너지 차단율)을 비교해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오랜 고민 끝에 차를 계약하고 나서는 필요한 차량 용품들을 검색해보고 훗날 차박을 위한 아이템들도 찾아보았다. 이때의 기분은 마치 몇 달 전부터 해외여행 비행기표를 미리 예매해 두고 나서 디데이를 세며 매일 조금씩 여행 일정을 짜고 가져갈 것들을 정리할 때 은근하게 느껴지는 설렘과도 비슷했다.
"차를 산 거야? 집을 산 거야?"
한 지인은 내게 '집들이 선물'을 해준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의 생각으로는 내가 집을 사는 거였다. 처음에는 그 말에 반박을 했지만, 어쩌면 차가 집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2열 시트를 접고 매트를 깔면 충분히 차박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코로나 팬데믹 등 여러 이슈로 인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차를 인수하기까지 약 6개월을 기다렸다. 차를 샀지만 샀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시간은 부지런히 흘러가 주었지만, 모니터 안과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내 차의 실체는 해가 바뀌고서야 마침내 빛나는 모습으로 내 눈앞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