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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의별 Oct 17. 2022

아침마다 너를 살피게 돼.

'셀토리'를 향한 나의 애정

 웬일인지 이른 아침부터 눈이 번쩍 뜨였다. 차 인수를 밤에 했기 때문에 아침에 제대로 다시 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집 근처 어떤 자동차들 사이에 주차된 내 차가 혹시나 문콕을 당하진 않았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크기도 했다. 차를 받기 전부터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문콕은 피할 수 없다. 자연재해 같은 거다.', '네가 아무리 잘해도 다른 사람들이 와서 박는다.', '처음에만 마음 아프지. 나중에는 신경 안 쓰게 된다.'는 조언 아닌 조언을 많이 해준 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웠던 말은 '넌 안 당할 것 같지?'라는 말이었다.

 다행히도 차는 깨끗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에도 말이다. 나는 주차를 할 때 웬만하면 평행주차를 했다. 문콕을 당할 확률이 가장 낮은 평행주차. 평행주차는 어려웠지만, 나는 평행주차를 사랑했다. 원래 사랑이란 어려운 법이니까. 물론 좁은 자리에는 들어갈 생각조차 안 했다. 주차장이 넓은 곳이라면 한 칸씩 띄워 세우거나 아예 왕따처럼 동떨어진 곳에 세우곤 했다.

 운전 선배들은 '관리가    ' 세우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다고 얘기해주었다. 왜냐하면 관리를 잘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차를 아낀다는 말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차량에 흠집을  확률이 낮다는 것이었다. 상당히 설득력 있었다. 하지만 문콕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평행주차보다 안전한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후, 나는 문콕에 대해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내 차가 문콕을 당해서가 아니었다. 인력에 의한 문콕 말고도 내 차에 흠집이 나게 될 경우의 수가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달리다 보면 길 위에 있는 작은 돌이 차체에 튈 수 있다는 일명 돌빵부터 시작해서, 새똥, 나뭇가지, 고양이, 손톱, 가방, 옷의 자크나 단추 등 그 원인은 너무나도 많았다.

 새똥 하니까 생각나는 사건이 있다. 내가 운전 연습한다고 경차를 몰고 다닐 때의 일이다. 어떤 골목을 아주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차 앞유리에 돌을 던졌다. '쿵'하는 소리에 너무나도 깜짝 놀라서 몇 초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어떤 XX가 돌을.'

 나는 차에서 내려 앞유리를 확인했다. 팔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뼈 조각이었다. 내가 지나가던 골목의 빌라 창문에서 누가 먹다 남은 뼈를 던진 건가 하며 빌라를 올려다보았는데 창문이 있는 쪽이 아니었다. 그 어떤 방향에서도 뼈 조각을 던질 사람은 없었다.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는 바로 '새'. 내가 몰던 차에 돌을 던지고 사라진 '그 XX'는 '새'였다.

 감당하지 못할 뼛조각을 물고 날아오른 새가 기어코 뼛조각을 땅 위로 떨어뜨리고, 그 조각이 골목을 지나가던 차 위로 떨어뜨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것도 내가 몰던 차에 말이다. 나는 로또를 사야 하나 싶었다.

 차를 몰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나니 운전 선배들이 해 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와닿았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막을 수 없는 일들이 생긴다는 것. 그래서 어느 정도는 마음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그 '어느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마음에 초조함이 생길 수도, 평온이 찾아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으니 셀토리를 향한 아침 인사가 훨씬 가벼워졌고 나의 마음도 그만큼 편해졌다. 처음에는 내 차가 밤중에 변(變)을 당하진 않았을까 하는 안절부절못한 마음에 꼼꼼히 살펴보며 긴 인사를 나누었다면, 이제는 가벼운 목례로도 충분한 사이가 되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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