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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래 Feb 19. 2024

한 번만 먹을래요.

저기.. 손 좀 접어주겠니?

유치원에서는 점심을 먹기 전 오전 간식을 먹는다.

오전 간식은 원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유제품을 먹는다.

내가 있던 유치원에서는 우유와 요구르트, 요거트가 요일별로 번갈아 나왔다.


이 유제품은 호불호의 끝판왕을 달린다.

어른들 중에도 유제품을 싫어하거나 몸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듯이 아이들도 비슷하다.

입맛이 예민한 친구들은 우유를 브랜드에 따라 달리 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잘 먹는 친구들은 정말 잘 먹지만 먹지 않는 친구들은 한없이 안 먹는 게 유제품이다. (밥도 다르지 않음)


잘 먹지 않는 친구들은 항상 꼭 몇 번 먹고 정리하냐고 물어보는데 이게 참 웃기고도 귀엽다.


"선샌미~ 몇 번 먹어요?"


나는 알레르기가 있거나 건강상에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그래도 한 번은 먹어보도록 권하고 있다. 막상 먹어봤을 때 맛있을 수도 있고 오늘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권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아이들의 자율성에 맡기는 편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항상 물어본다.


벼래반 석훈(가명)이는 말을 아주 잘하지만 나에게 몇 번 먹냐고 물어보지 않는 어린이였다.

석훈이는 그 대신 이 말을 했다.

"턴탠미 나 안 먹고 디퍼"


그러면 나는 석훈이에게 먹히지도 않을 애교를 부리며 이렇게 말한다.

"아이~~ 한 번만 먹어봐잉~"


어느 날, 그런 석훈이가 한 번만 먹겠다며 처음으로 먼저 의사표현을 했다.

"턴탠미 나 한 번만 먹을래"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나도 모르게 그러라고 했다.

석훈이는 내 대답이 영 시원치 않았는지 강력한 모습으로 계속 물어봤다.


"턴탠미 나 진짜 한 번만 먹는다?"

"응 한 번만 먹어... 근데 석훈이 이제 손 좀 내려주겠니..?"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석훈아, 강요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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