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옷을 빼앗아가지 말아요
늦가을 지나가는 바람에게
너는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지
겨울바람은
네게 더 혹독했지
네게 남은 희망이었던
마지막 잎새 하나마저
떨어 뜨리려고
야멸차게 굴었지
마침내 너는
벌거벗은 몸으로
비탈에 섰다
너는 온몸을 드러내고
지내야 했던
부끄러움에
한동안
몸둘 바를 몰랐지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너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다른 벌거숭이 나무들을 보면서
너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옷을 입고 지내려면
추운 겨울 내내
벌거벗은 몸으로
지내야 하는
아이러니를 이해한다는 것은
네게는 너무나
아프고 힘든 일이었을 거야
그래도
이제 봄이잖아
그 추위
그 부끄러움
잘 견뎌 냈어
지난겨울의 기억들은
모두 바람에 실어 보내고
보드라운 봄비에 몸을 씻고
예쁜 새 옷을 입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