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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Jan 01. 2021

술 돼지

돼지를 키워 본 사람은 안다. 돼지가 얼마나 귀엽고 착한지.
우리 집은 한때 돼지 부자였다. 10마리의 어미 돼지가 평균 10마리의 새끼를 낳아 100마리가 넘는 돼지 부호가 되었다. 돼지값 폭락만 아니었어도 어쩌면 지금쯤 나는 돼지 재벌 아들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머 한때 다락방에 금송아지 한 마리쯤 있었던 유는 각설하고...

돼지는 개처럼 감정 표현은 서툴다. 특히 좋을 때 표현은 주로 몸으로 하는데 머리와 짧은 꼬리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배고픈 돼지에게 밥을 줄라 치면 일단 얼굴은 입을 벌 리고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고 돌돌 말린 짧은 꼬리가 마치 팽이처럼 돌아간다.(지는 흔드는 거겠지만 돌아간다는 표현이 맞을 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좋다는 돼지 말을 한다.
(숨을 들이마시며)'쓰으~ 꾸우엑~꾸~ 울울~'(이 소리를 '꿀꿀'이라고 표현하는 거에는 비동의함.)하며 머리와 꼬리를 돌린다.

정서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주말 동안 만난 동생한테 '술 돼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내가 술 얘기만 나오면 돼지처럼 좋아 어쩔 줄을 모른 데나...
부정하지 못했다. 술 얘기만 나오면 겉으로는 '아이 어제 많이 마셔 힘들어~블라블라~'인데 얼굴이 펴지며 궁둥이는 들썩들썩거린단다.
앞으로 나랑 술 먹자는 신호는
(반드시 숨을 들이마시며
)'쓰으~~ 꾸우엑~꾸~울울~'로 해 주시라.
난 '술 돼지'니깐.

@:돼지 지능이 75~85라고 하니 돼지를 함부로 대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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