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조직도 명품이 있다
“이번 생일에 프라다 가방 어때?”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어떨까?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겉으로는 “에이 뭘 그렇게 과하게”라면서도 속으로는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마음을 녹이는 선물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명품도 확고하게 한자리하고 있다. 어느 빅데이터 자료를 보니 연인 선물 연관 검색어로 명품 가방, 명품 지갑 등이 상위 키워드로 랭크되어 있었다. 심한 부부싸움 뒤 안절부절못하던 지인은 명품 가방으로 평화를 찾았다고 전한다. 국내 명품 아울렛 매장에는 항상 사람들로 넘쳐난다. 해외여행의 맛 중에 인천공항 면세점 명품관 탐방이 빠질 수 없다. 도대체 명품이 뭐길래?
혹자는 우리나라 사람들만 유난히 명품을 좋아하며 명품족들을 허영과 사치의 상징처럼 질타하는데 실상은 우리나라 사람들만 명품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세계 대부분 사람들도 명품을 좋아한다. 컨설팅업체 베인 앤 컴퍼니(Bain & Company)에서 발표한 ‘2020 전 세계 명품시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명품시장 규모는 12조 6천8백만 유로로 한화로 약 1,90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무섭다. 글로벌 투자 은행 회사인 제프리스 그룹(Jefferies Group)이 2020년 하반기 발표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명품 업계의 핵심이고 2020년 중국 소비자의 명품 소비 비중은 코로나 여파로 급증해 세계 명품 소비의 80%를 기록했다고 한다. 실제 최근 수년 동안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중국 시장은 전체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 미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나라들이 큰 소비국이며 우리나라는 8~10위 수준의 소비국이라고 한다. 그동안 언론에서 유독 한국에서 명품 소비가 유난스럽다고 한 것은 약간 과장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물론 명품 소비가 적지 않은 규모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명품을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구촌에서 가장 폐쇄적 국가인 북한에서도 해외 명품 소비가 부쩍 늘고 있고 좀 지난 자료지만 2012년 명품 수입액이 6억 4,586만 달러였다고 하니 명품 좋아하는 것은 만국 공통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명품은 ‘디자인과 품질이 뛰어나고, 희소성이 있는 상품’ 또는 ‘숙련된 장인이 공들여 만든 제품’을 가리키는 용어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명품 열풍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면이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명품에 열광하는가? 연구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이 명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즉, ‘헤리티지(Heritage), 충성고객,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첫 번째, ‘헤리티지(Heritage)’는 그것만이 가진 ‘아우라’, 즉 품격과 ‘명성’ 등이 면면히 이어져 오는 그들만의 전통을 말한다. Heritage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 문화, 자연 등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인류 유산’으로 설명되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을 ‘인류 유산’으로 여길 만큼 자부심을 가진다. 아무리 작은 제품 하나라도 자신들의 로고가 들어가면 완벽을 추구한다. 아무리 작은 액세서리 하나도 ‘작품’이라 칭하며 고유 제목과 일련번호까지 부여한다. 이런 명품만의 헤리티지가 사람들을 명품 숭배자로 만든다.
두 번째, 그들에게는 ‘충성고객’이 있다.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여전히 세계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자랑하는 루이비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최고의 명성에 충성하며 루이비통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수작업과 천연재료만 고집하는 에르메스를 추종하는 이들은 에르메스의 품격을, 샤넬의 여성스러움과 고급스러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샤넬의 아우라를 추종한다. 최고의 장인이 최고의 소재와 장인 정신으로 만든 명품은 고객에게 말로는 표현키 어려운 심리적 만족감을 준다. 고객은 만족감에 대한 보답으로 그 브랜드에 충성한다. 충성자가 많아질수록 그 명품 추종자는 더욱 늘어난다.
마지막 세 번째, 명품에는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 있다. 명품은 같은 종류의 다른 제품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을 가지고 있다. 친구 따라 명품 매장에 들른 '명. 알. 못' 들은 작은 가방 하나에 수백 만원의 가격표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도대체 미친 거야?’ 입을 벌리는 사이 ‘없어서 못 팔정도’라는 말에 다시 한번 놀랠 뿐이다. 이것이 명품의 힘이다.
‘조직도 명품이 있다’
나는 수년 동안 현장 조직관리자로 일하면서 조직에도 이런 세 가지를 가진 명품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명품 조직도 ‘헤리티지(Heritage)’ 즉, 그들만의 ‘아우라’로 표현되는 품격과 명성 그리고 그들만의 전통이 있다. 나는 그것을 명품 ship(명품정신)이라 칭한다. 이는 그들의 자부심으로 전통이 되어 각 조직의 특징을 나타낸다. 현장 영업조직에서는 흔히 지역명으로 ‘경상인’ ‘전라맨’ ‘충청스타일’ 등으로 표현되며 기업들은 회사명을 붙여 ‘삼성인’ ‘LG맨’ '현대스타일’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두 번째는 명품 조직에는 다른 어느 조직보다 로열티 높은 ‘충성자(충성고객)’들이 많다. 그들은 깊은 충성심으로 자신의 조직을 향해 똘똘 뭉쳐 있다. 외부에서 보면 사이비 종교집단 같지만 그것은 그들만의 열정이며 조직에 대한 깊은 신뢰의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명품 조직에는 스스로 몸값을 높여 가는 ‘비싼 연봉자(엄청나게 비싼 가격)’들이 많다. 명품 조직에는 일 잘하는 우수직원이 많고 그들은 어느 조직에서나 탐내는 능력자이며 시장가치가 높은 비싼 사람들이다. ‘가치=값어치’다. 그들은 비싼 몸값만큼 조직 내에서도 가치 있는 성과를 다. 이와 같이 조직에도 명품이 가진 세 가지 특징 ‘헤리티지-명품정신과 조직 전통’, ‘충성고객-조직 충성자’, ‘엄청나게 비싼 가격-고성과자’을 갖춘다면 그 조직은 명품이라 부를 수 있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혁신(革新)하고, 기본으로 돌아가, 모두가 한 방향으로 정렬, 불광 불급(不狂不及) 정신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실상부한 명품 조직을 건설하자!”
쓰러져 가던 부실 조직을 3개월 만에 전국 최고성과 조직으로 만들었을 때 조직원들과 공유했던 행동지침이자 경영지침이었던 슬로건이다. 지방 발령을 받아 맡게 된 조직은 전형적인 부실 조직이었다. 정상적인 조직규모로는 200명은 되어야 하지만 실제 영업활동 인원은 100명도 안 되었고, 월 4억 원대는 되어야 할 매출은 2억 원대를 넘나들었다. 근태부터 모든 기본 기강이 무너져 있었고 수개월 동안 지속된 비정상적인 부실 매출로 조직은 거의 해체 일보 직전이었다. 부임 시 나를 맞던 암울한 기운을 잊을 수가 없다. 열정 잃은 눈빛, 어둡고 멍한 표정 없는 얼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처진 어깨, 의욕 없는 말 투, 하나같이 모두 건드리면 곧 터질 것 같은 폭탄 같았다. 그런 꼴찌 조직이 불과 8~9개월 만에 영업 조직원 300명, 매출은 4배 이상 성장 한 월 8억 원대의 전국 최우수 조직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명품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한 발 한 발 걸어 나갔다. 조직원들 한 명 한 명을 설득하며 감싸 안았고 한편으로는 고질적인 부패요소를 전광석화 같은 혁신활동으로 제거하기 시작하였다. 죽어가던 조직은 단시간 내 활력 넘치는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변해 가기 시작하였다. 저항으로 대하던 눈빛, 절망에 빠진 희망 잃은 눈빛들을 점점 열정 가득한 활활 타는 눈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조직의 원칙을 다시 세웠고, 희미했던 비전을 선명화했다. 우리는 한 방향을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무려 1년 반 동안이나(16개월 연속) 전국 1등을 휩쓸었다. 마침내 명실상부한 명품 조직으로 우뚝 선 것이다. 당시 16개월 연속 성과 1등은 영업본부 발족 이후 단위 조직으로 이룬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이었다. 영업조직은 월별 경쟁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조직문화 특징이 있다. 쟁쟁한 선수들이 모여 경쟁하는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이루기 힘든 대기록이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비법은 바로 ‘명품 조직 만들기’에 숨겨져 있다. ‘명품 조직 만들기’는 그 당시 조직 혁신활동을 진행하면서 열정 잃은 조직원들의 가슴에 다시 불을 붙이고자 진행했던 교육자료에 붙인 이름이다. 왜 학습자료 제목을 ‘명품 조직 만들기’로 지었냐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그 이유는 명품이 가진 의미대로 조직도 명품이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듯 조직에도 명품이 가진 특징처럼 ‘헤리티지(Heritage 유산)’ 즉 그들만의 품격 있는 조직, 마치 사이비 종교집단과도 같은 충성자가 많은 조직, 그리고 남들과 비교되는 비싼 몸값을 받는 그런 고성과 명품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진짜 명품인지 짝퉁인지는 비가 오면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비가 오면 명품백은 젖을까 봐 얼른 가슴으로 품지만 짝퉁백은 머리 위로 올려 비를 막는다는 것이다. 겉모습이 아무리 똑같아 보여도 자신은 그것에 대한 진짜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우수성과 조직이라고 하여 현장을 방문했을 때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겉만 번지르르 하지 회사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부실덩어리 짝퉁 조직을 수없이 봤다. 나는 그런 짝퉁 조직이 아닌 진짜 명품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그냥 1등 하는 조직이 아닌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따라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그런 멋진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명품 조직 만들기’라는 교육자료는 바로 그런 조직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고 이 책도 그 바탕 위에서 태어났다.
이 책은 전문 경영 이론서가 아니다. 현장에서 야생으로 익힌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조직관리 노하우를 녹여낸 살아있는 조직관리 방법론이다. 초급관리자나 관리자의 비전을 가지고 뛰는 후배들이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조직관리 실용 지침서라고 보면 된다. 오늘도 현업에서 야전사령관으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뛰고 있는 많은 후배 현장 조직관리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꼭 현장관리자용만은 아니다. 조직관리는 정해진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 생활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누구나 하게 된다. 년 차가 올라 갈수록 부하직원들이 생기게 되고 좋든 싫든 누구나 조직관리라는 임무가 따라붙게 된다. 직장 생활하는 모든 조직관리자는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최고 성과를 위해서는 어느 조직이든 명품 조직이 되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어떤 부실 조직이라도 단시간 내에 꼴찌에서 1등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도 최고성과 조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장 조직관리자들에게 부족하지만 이 책이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