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집은 뭐를 해도 흥하고, 안 되는 집은 뭐를 해도 망한다’
일상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잘 되는 집안은 계속 잘 되고 안 되는 집안은 계속 안 된다. 조직도 이와 같다. 잘 되는 조직은 계속 잘 되고, 안 되는 조직은 계속 안 된다. 나는 십 수년간 현장 영업조직을 관리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대구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가족과 떨어져 근무해야 하는 지방생활의 고충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가족과 함께 했을 때는 일상이지만 홀로 사는 객지 생활은 한 끼 식사마저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그런 이유로 아침은 거르거나 간단한 분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과음한 어느 날 아침, 쓰린 속을 달래려 사무실 근처 허름한 분식집을 들렀다.
“어서 오이소”
주인인 듯한 아주머니가 투박한 사투리로 냉랭하게 맞는다. 그 뒤 주인아주머니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나 밖에 없는 가게 안은 온기도 없고 썰렁하다. 아주머니는 식당 구석에 붙어 있는 작은 텔레비전에 얼굴을 묻고 김밥을 말고 있었다. 잠시 앉아서 주문받으러 오기를 기다렸다. 아주머니는 여전히 텔레비전에만 고정이다. 이상하다 싶어 식당을 둘러보니 ‘물은 영어로 Self’라는 글귀가 보였다. 셀프로 물을 떠 오며 대충 둘러보니 왜 이 식당에 손님이 나 혼자인지 알 것 같았다. 건성으로 건넨 인사야 그렇다 치더라도 주문받을 생각도 없이, 한 번의 아이컨텍도 없이 드라마에 빠져 있는 주인은 도대체 장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잠시 후 아주머니는 아무 말없이 라면을 던지듯 놓고 사라진다. 속도 안 좋은데 갑자기 짜증이 밀려 올라왔다. 조금 남아 있던 식욕마저 멀리 도망갔다. 빨리 나오고 싶은 마음에 라면 한 젓가락을 입에 욱여넣었다. 그 순간 시큼한 맛이 혀를 타고 전해진다. 금방 끓인 라면이 쉬었을 리는 없고 다시 한 젓가락을 먹어 보았다. 역시 약간 시큼한 맛이 혀를 타고 올라왔다. 무엇인가 쉰 것이 들어간 것 같았다. 양파 한 조각을 건져 먹어 보았다. 시큼한 원인을 알았다. 양파와 대파가 주범이다. 아마 어제 남은 재료가 밤새 상했는데 확인도 없이 그냥 넣어 끓여준 것 같았다. 주인을 부를까 하다 여전히 드라마에 빠져 있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남기고 나와 버렸다.
그 집을 나오면서 이 식당은 앞으로 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라면집은 몇 개월 뒤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그때 확실하게 깨달았다. 조직도 이 식당과 같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결국 망하게 된다는 것을.
손님이 없으니 일할 사람 구할 생각도 못하고, 그러다 보니 서비스의 질은 점점 더 나빠지게 되고, 식재료 회전율이 떨어져 음식 맛은 점점 나빠질 게 뻔하다. 음식 맛이 없으니 한번 와 본 사람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고, 손님은 점점 더 줄게 되고, 걱정만 계속 쌓여 의욕은 더 떨어지게 뻔하다. 안 되는 집이 계속 안되듯 안순환의 고리를 타고 결국 서서히 망하게 된다. 반대로 잘되는 식당은 선순환의 고리를 타고 계속 장사가 잘되게 되어 있다. 손님이 많으니 주인의 얼굴이 밝고 주인의 얼굴이 밝으니 종업원들의 사기도 충천해 서비스의 질이 좋다. 그러니 손님은 계속 많이 오게 되고 음식도 식재료 회전율이 좋아 신선한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항상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다. 선순환의 고리를 타게 되는 소위 맛 집으로 등극하게 되어 소문의 꼬리를 물고 집 앞에 수십 미터씩 줄을 서는 대박집이 된다.
동네에 김밥 집이 하나 있었다. 간판에 크고 붉은 글씨로 ‘맛으로 승부합니다’라고 쓰여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도 큼지막하게 달아 놔서 혹시나 맛있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호기심과 기대를 품고 맛과의 승부를 겨뤄 봤는데 이런 영 아니었다. ‘맛으로 승부한다더니?’ 입맛만 다시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집은 ‘맛으로 승부할 게 아니라 양으로 승부했어야지’하는 생각이 스쳤다. 안 되는 식당의 잘 못 선택한 전략이다.
잘 안 되는 조직은 전략을 세워도 이처럼 상황에 맞지 않는 전략을 세우게 된다. 리더가 의욕상실인 상태에서 어려운 상황에 몰려 있기 때문에 쫓기듯이 세운 전략들은 방향이 맞지 않거나 실행력이 약해 또다시 실패의 쓴맛을 보게 된다. 이 집도 장사가 안 되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악순환의 고리를 타다 보니 잘못된 전략을 실행하게 된 것이다. 3개월 후 가보니 새 주인으로 바뀌어 있었다.
식당뿐만 아니라 사업도 이와 같고, 조직관리도 이와 같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서서히 망하거나 부실 조직으로 남아 해체의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선순환을 타기 시작하면 사업이나 조직은 계속해서 진화의 과정을 밟으며 높은 성과를 내는 명품 조직이 된다. ‘명품 조직 만들기’는 계속 안 되는 부실 조직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잘 되는 선순환 조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대부분 잘 안 되는 조직은 좋은 인재들이 안 오고, 그러다 보니 리더는 조바심을 내게 되고, 그런 리더는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니 계속 부실 조직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누구나 조직관리자라면 고성과 조직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부실 조직 대부분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스스로 끊어 내지 못한다. 뭔가 결단이 필요한데 그 결단의 실행방법을 찾지 못한다. 조직관리자들은 왜 죽는 줄 뻔히 알면서 악순환의 고리로 끊어내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는 변두리 라면집 아줌마처럼 하루하루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악순환의 고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김밥집 사장처럼 잘못된 전략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악순환의 고리 속에 과감한 자기 혁신을 하지 못하고 부실의 고리를 끊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결단의 시간이 필요하다. 과감한 혁신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의 고리를 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사업이나 조직이 명품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