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시작 3의 법칙
‘인간은 상황에 지배당한다.’
몇 년 전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왔던 내용이다. 인간의 심리와 행동의 비밀을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알아보는 다큐멘터리로 그중에 ‘상황의 힘’이란 꼭지가 기억에 남는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그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안 할 것 같지만 실제 실험을 해보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도 ‘상황의 힘’에 지배당하는 모습을 여러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객차 12량 전소, 사망 192명, 부상 148명’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가 있었다. ‘상황의 힘’ 속에 빠지면 인간은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되는지를 보여주는 큰 사건이었다. 사고 후에 발견된 한 장의 사진에는 긴박했던 사고의 순간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런데 사진을 살펴보면 객차 안이 시커먼 연기로 꽉 차 가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사람들은 평온하게 객차에 앉아 휴대폰을 보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객차에 남아 있던 다수의 사람들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위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듯 보인다. 끝내 이들은 안타깝게 모두 목숨을 잃게 되었다. 만일 그 사고 현장에 위험의 심각성을 인지한 누군가가 있어 빨리 대피할 것을 알렸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은 상황의 힘에 의해 이해하지 못할 엄청난 오류를 자주 범하게 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부실 조직을 방문해 보면 폐쇄 직전의 심각한 수준의 조직 상황임에도 정작 당사자인 조직원들은 그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객관적으로 보면 누가 봐도 조직이 서서히 죽어 가는 것이 분명히 보이는데 정작 그 조직 속에 있는 사람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들은 자기 합리화를 통해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위험한 상황이지만 지속된 부실이라는 ‘상황이 힘’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을 그냥 두면 ‘상황의 힘’에 의해 몰락 속도가 점점 가속도가 붙어 결국 조직 해체까지 맞게 된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상황의 힘’에 빠지면 왜 헤어 나올 수가 없는 것일까? 그 해답을 위의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또 하나의 실험을 통해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강남대로에서 한 사람이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가리키며 서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 반응 없이 지나간다. 잠시 후 또 한 사람이 합류 두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역시 사람들은 반응 없이 그냥 지나간다. 이때 또 한 사람이 합류하여 세 사람이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가리키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3의 법칙이다. 이는 미국 뉴욕시립대 심리학과 교수인 스텐리 밀그램이 뉴욕의 거리에서 실험했던 유명한 실험으로 이 외에 많은 심리 학자들이 이와 비슷한 실험을 통하여 3의 법칙을 증명하였다. ‘상황의 힘’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위에서 보듯 ‘상황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힘’은 세 사람이면 충분하다. 이 ‘3의 법칙’의 법칙이 작동되어 위험에 처한 한 사람을 구한 일이 실제 있었다. 2005년 10월 지하철 5호선 천호역에서 열차가 승강장으로 진입하는 순간 한 승객이 열차와 승강장 사이로 떨어져 그 사이에 끼였다. 거대하고 육중한 전동차에 끼여 있는 사람의 목숨은 곧 죽음을 의미하였다. 이 위험천만한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누군가 큰소리로 열차를 밀자고 제안하자 처음 두세 명이 합세했고 그 뒤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열차에 손을 대고 밀었다. 이때 사람의 손으로 움직일 것 같지 않던 33톤의 열차가 기적처럼 밀리면서 사이가 벌어졌고 위험에 빠진 승객을 기적적으로 구출할 수 있었다. 3의 법칙, 인간은 상황에 지배당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상황을 지배하기도 한다. 상황을 지배하는 힘의 시작은 세 사람이면 충분하다. 이것이 상황을 바꾸는 놀라운 3의 법칙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위기임에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의 힘도 작용하지만 반대로 위험의 순간 생명을 살리는 상황의 힘도 존재한다. 위기의 순간 누군가 그 위험을 감지하고 상황을 바꾸기 시작하는 티핑포인트 3의 법칙을 작동하면 위기는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자신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되면 그 상황을 헤쳐 나올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따라서 부실 조직들은 먼저 지금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33톤의 거대한 전동차를 움직일 수 있었던 상황을 지배하는 힘, 그 첫 번째 손의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 바로 리더의 의지가 중요한 이유이다.
중국 속담에 ‘울타리를 만들려면 세 개의 말뚝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영웅이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 사람의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이는 위에서 말한 3의 법칙과도 통한다. 이 중국 속담에 어울리는 예가 촉한의 초대 황제 자리에 올랐던 삼국지의 유비다. 유비의 곁에는 제갈량이라는 지혜로운 참모가 있었고, 장비라는 불세출의 장수가 곁을 지켰으며, 관우라는 절개 있는 탁월한 명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떤 부실 조직이든 부실의 악순환 고리를 타기 시작하면 부정의 상황 논리가 작동된다. 조직이 죽음으로 가고 있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결국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부정의 고리를 끊고 혁신활동으로 조직을 살리기 위해선 3의 법칙을 활용해 상황을 지배해야 한다. 혁신활동을 시작하려면 리더는 3의 법칙이 작동할 수 있도록 주변에 적어도 3명의 조력자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아무리 힘든 조직이라도 3명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조직은 다시 바로 살 수 있다.
‘조직 반전의 시작, 3명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