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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Nov 18. 2021

니들이 사랑을 아느냐

프리다 칼로를 기리며

언젠가 고백했지만 내 이상형은 매창과 프리다 칼로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진정한 사랑을 알았던 여인들이었으니까.


지저분한 정치 기사 더미 속에 반짝이는 소식 하나를 찾았다. 프리다 칼로(1907~1954)에 관한 기사다. 프리다 칼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자화상’ 디에고와 나’라는 작품이 지난 16일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남미 작품 사상 최고가로 거래되었다는 소식이다. 기사에서는 남편 디에고 리베라가 가지고 있었던 거래가 980만 달러를 뛰어넘어 3490만 달러(한화 약 412억 7천만 원)에 낙찰되었다며 남편에 대한 마지막 복수니 어쩌니 하며 독자를 자극했다. 나는 그것보다 이번 경매가 프리다 칼로의 진짜 사랑이 작품으로 증명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다 칼로: 디에고와 나

칼로는 1928년 국립예비학교에서 자신보다 21살이나 많은 4명의 자녀를 둔 디에고 리베라(1886~1957)와 사랑에 빠졌다. 칼로는 리베라를 화가, 혁명가로서 존경했으며 무엇보다 한 남자로 뜨겁게 사랑했다. 칼로는 ‘내 평생소원은 리베라와 함께 사는 것,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 혁명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리베라는 그녀의 인생 전체를 지배했다. 하지만 알려진 대로 그들의 사랑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던 리베라는 결혼 후에도 수없이 외도했으며 그중에는 프리다 칼로의 여동생도 있었다. 리베라의 이런 도를 넘은 여성 편력은 그녀의 영혼을 짓밟고 무너트렸다. 그럼에도 프리다 칼로는 평생 리베라의 존재를 버리지 않았다. 물론 미워하고 증오했지만 처음 그를 사랑했던 진짜 사랑은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이번 경매에 나왔던 작품이 바로 그 사랑의 깊이를 증명해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평론가들은 ‘리베라에 상처 받은 자신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칼로의 고통과 열정을 요약한 그림’ 등으로 해석하지만 나는 그녀가 리베라를 만나 그림의 꽃을 피우고 리베라와의 고통스러운 사랑의 결과물이 바로 이 작품으로 보인다. 그 진짜 사랑이 이번 경매로 증명된 것이다. 물론 평생 칼로의 속을 썩인 리베라를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한 사람으로 존재 자체를 사랑할 줄 알았던 여인에 대한 존경심을 말하고 싶다.

그림에 문외한인 자가 그저 칼로의 찐 팬으로서 자기 감상을 지껄인 것이니 내 감상평에 대해 칼로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나 미술평론가 관점의 평가는 사절한다.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이번 최고가 경매 소식에 부쳐 그녀가 죽기 전 마지막 일기에 썼다는 이 문구를 고쳐 그녀에게 헌사로 바친다.


‘이제부터 그곳에서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고통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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