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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Oct 28. 2023

탁월한 성과창출 유전자 목표지향 1등주의

1등주의는 더러운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지나치게 1등주의를 고집하는 한국사회를 꼬집는 유행어다. 한국에 오래 살았던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이라는 책에서 한국을 ‘숫자가 다스리는 나라’라고 꼬집는다. 그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인식론의 질서는 모든 것을 숫자로 표시되는 경제적 가치가 최우선인 사회라고 규정한다. 이만열교수의 말처럼 한국인들의 1등주의 집착은 유별나다. 국가나 사회시스템 등의 평가에서 어떤 분야가 되었던 잣대는 1등이 기준이 되고, 기업은 물론이고 심지어 학교마저도 잣대는 오로지 1등이다. 이러한 1등주의는 지나친 서열주의와 사회불평등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면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1등주의는 목표지향성과 결합되어 강력한 성과창출 요소로 작용했다. 한국인의 목표지향 1등주의도 양날의 칼 빨리빨리 문화처럼 부작용도 있지만 지금의 K성장의 디딤돌이었던 것이다. 


사실 1등주의 성향은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1등에게는 95%의 관심을 보이고, 2등은 3%, 3등은 1%, 4등 이하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어디에서 건 사람 사는 사회에서는 1등주의가 존재한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1등만 기억하게 되어 있으니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구나 1등주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졸저 ‘부실조직에서 명품조직으로’에서 사업 현장의 생존 요소로 목표지향 1등주의가 꼭 필요하다고 썼다. 기업세계는 고객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1등만 살아남는 승자독식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전 직장 영업본부장 시절, 이러한 한국인의 목표지향 1등주의 성향이 얼마나 탁월한 성과창출 요소인지를 직접 경험해 보았다. 당시 조직관리 항목 중 가장 중점적으로 체크했던 것은 조직원들의 목표에 대한 생각이었다. 절실하게 1등을 해보겠다는 목표가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면담을 해보니 거의 대부분이 가슴속에 1등에 대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자의 가슴속에 들어 있던 비전과 목표지향 1등주의 열망을 끌어내니 흐릿했던 눈빛이 반짝이며 살아 있는 생생한 조직이 되었다. 그 결과 3년 동안 빌빌대던 다 죽어가던 조직은 3개월도 안돼 목표 달성은 물론 전국 1등 조직이 되었고, 조직이래 최고성과를 창출하였다. 그때 1등이라는 목표를 향해 미친 듯이 신나게 일하던 조직원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때 알았다.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는 ‘목표지향 1등주의’가 들어있으며 그 유전자가 얼마나 성과창출에 탁월한 지를.


한국인은 내적으로 체화된 확실한 목표가 있다면 상상하지 못할 성과를 낼 수 있는 초능력자들이다. 두 번째 직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조경회사였는데 ‘목표지향 1등주의’ 유전자를 끌어내니 회사전체는 10년 동안 해보지 못한 성과를 1년 만에 넘어서더니 3년이 안 돼 세 배 이상의 성장을 하는 것을 보았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한국인들의 목표지향 1등주의 유전자를 끌어내는 일은 성과창출을 위해 중요한 요소다. 혹시 기업 경영자라면 지금 즉시 조직원들의 목표지향 1등주의 유전자를 끌어내 보시라. 놀랄만한 일이 벌어진다. 


한국인의 탁월한 ‘목표지향 1등주의’ 유전자 힘을 확실하게 볼 수 있는 분야가 바로 K반도체 산업이다.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발을 디딘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1983년 3월 도쿄선언이라 부르는 반도체 사업계획 발표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병철 회장은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미래성장 산업은 반도체 산업을 유일한 길이라 확신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선언한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병철 회장은 한국인이 가진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과 창조성을 믿었고 사업성공을 확신했다. 이병철회장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이었지만 한국인의 K-유전자의 힘만 믿고 확신을 가졌던 것이다. 한국인의 목표지향 1등주의 힘을 믿었던 셈이다. 실제로 도쿄선언에서 확고한 목표를 설정한 후 그해 11월 삼성전자는 64K D램 개발을 성공시키며 세계 최고 기술과의 격차를 4년 정도차이로 줄여 놓았다. 그로부터 단계별로 격차를 줄여가더니 10년도 안된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 성공시키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은 현재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가진 기업이 되었다. 반도체 불모지에서 이병철 회장이 믿었던 것은 한국인 특유의 문화 유전자인 목표달성에 대한 강인한 의지와 창조성, 은근과 끈기, 1등주의와 같은 K-유전자뿐이었다. 


한국인의 목표지향 1등주의는 분명 지금의 K-바람에 큰 힘으로 작용했다. 한국인들은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1등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하루를 버텨낸다. 그런 노력의 결실로 지금 우리는 존재한다. 하지만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것이 세상이치다. 지나친 목표지향 1등주의의 부작용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다행인 것은 요즘 MZ세대들에게서는 그런 면이 많이 줄고 있다고 하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여전히 1등주의에 가려진 사회 곳곳에 소외계층 문제라든가 1등에서 멀어진 사람들을 보듬는 사회적 배려가 부족한 것 또한 현실이다. 한국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이처럼 목표지향 1등주의 문화 속에는 양날의 칼처럼 부작용도 들어 있다. 목표지향 1등주의가 아무리 성과창출 탁월한 요소라 할지라도 무엇이든 과유불급,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세상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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