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송암동 시사회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영화 시사회라는 것을 경험했다. 개봉 전에 먼저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친구의 권유를 덥석 물었다.
광주...
1987년 5월 즈음, 어두컴컴한 지하 동아리방에서 처음 접했던 흑백과 칼라가 섞인 노이즈 가득한 화면이 스크린을 통해 다시 소환되었다.
벌써 수십 년이 지났건만 스크린에 펼쳐진 영상을 통해 그때의 충격과 공포 그리고 밑바닥에 깔려 있던 분노까지 다시 소환되었다. 기대와 달리 영화가 진행될수록 뭔지 모를 불편함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밀려올라 왔다.
송암동 사건은 언젠가 한번 스치듯 들었던 얘기였다. 특히 당시 11세의 전재수 군 얘기는 어렴풋 기억이 났다. 그 희미한 기억들이 화면 속으로 다시 펼쳐졌다. 총소리 가득한 화면 속에 꼬마 전재수는 계엄군 총탄 사이를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이미 죽음을 알고 있었지만 제발~제발~ 허며 가슴을 움츠렸다. 슬로 모션으로 달리는 전재수 군을 총탄 한 발이 가슴을 관통하며 피가 튀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코끝이 찡해지며 나도 모르게 입속으로 욕이 새어 나왔다. "씨발 새끼들"
건너 건너편에 앉은 어느 여인의 입에서도 탄식 소리가 나왔다. 잠시 눈을 지그시 감고 심호흡을 했다. 여전히 계엄군 총소리가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영화는 1980년 5월 광주 송암동에서 있었던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여전히 광주를 잊지 않고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이조훈 감독이 존경스럽다. 솔직히 저예산 영화티를 벗지 못한 영화지만 80년 5월 광주, 잊힌 아니 묻힌 진실에 대한 얘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송암동은 올해 5월 정식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동안 해마다 5월이면 광주에 대한 부채감으로 불편했다. 올해도 5월도 어김없이 또 불편함으로 찾아올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 5월은 영화 송암동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영화의 완성도룰 떠나 광주에 빚지고 사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은 이 영화를 꼭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강력추천한다. 송암동 꼭 보시라. 아니 의무감으로라도 꼭 봐야 한다. 광주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