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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Feb 18. 2024

코리안 더비, 손황대전이라는 과대광고 경기 소회

더비라고 부리기에는.....


일주일 내내 이강인, 손흥민, 클린스만, 정몽규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했다는데, 그런 무능한 감독에게 수십억씩 연봉을 주고 데려온 자들은 여전히 제 자리 지키고 있으니 한숨만 나온다. 까발려진 한국 축구는 처참할 정도로 너덜너덜해졌다. 그렇다고 이렇게 한숨만 쉬고 있을 수 없다. 위기는 기회다. 방법은 잘못됐지만 이렇게 실체를 억지로라도 알게 되었으니 이번 기회에 고치면 된다. 


그 첫 번째가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 정몽규 축협 회장의 사퇴다. 그리고 선수들을 보호해야 할 협회가 선수를 볼모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현 지도부도 총사퇴해야 한다. 이번은 절대로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불과 1년 전, 징계 사면 사태가 있었다. 그때도 책임져야 할 사람은 정몽규 회장이었지만 임원 몇 명 자르고 넘어갔다. 그 결과가 지금이다. 그때 정몽규 회장이 물러났다면 지금 이지경까지 왔을까 싶다. 이번에도 그냥 넘어간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없다. 차기 감독 선임도 기대할 것이 없고, 선수단 관리도 뻔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런 부조리를 반복해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원래 다른 얘기 쓰려 시작했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으니 계속 길어진다. 하여튼 축협 회장과 지도부는 하루속히 사퇴하라.  

오늘 새벽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손흥민의 토트넘과 황희찬의 팀 울버햄튼의 경기가 있었다. 국내 스포츠 채널은 ‘손황대전, 코리안 더비’라며 축구팬들을 끌어모았다. 경기 결과는 황희찬이 뛴 울버햄튼이 2:1로 이겼다. 나는 두 선수 모두 좋아하지만 은근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을 응원했는데 반대 결과를 보니 손흥민의 상태가 더 신경 쓰인다. 더군다나 이번 아시안컵 사태로 충격을 받았을 그의 마음을 생각하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축구팬들의 축구협회 앞 축협 회장 사퇴 시위

어제 경기력을 보니 손흥민은 여전히 이번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겉으로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경기력을 보니 고스란히 그의 상태가 보였다. 평소 잘하지 않았던 패스 미스도 많았고 자신감도 떨어져 보였으며 그러다 보니 유효 슈팅 한 개가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캡틴! 캡틴!’하며 축구팬들은 영웅시하지만 그도 이제 겨우 서른을 넘긴 청년일 뿐이다. 그가 아무리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담대한 품성의 소유자라지만 아직 인생의 전반기를 살아내고 있는 한 젊은이일 뿐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 당신이 직장에서 까마득한 후배에게 그런 봉변을 당했다면 어떻겠는가? 대부분 사람들은 멘털 붕괴를 넘어 스트레스로 몸져누울 일이다. 그렇게 만든 특정 선수를 비난하자는 말이 아니다. 물론 그 선수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무능한 축협이라는 점은 이제 명확하게 드러났다. 총구 방향을 정확하게 조준해야 한다. 진정한 축구팬이라면. 


요즘 하도 축협 때문에 속상하니 또 샛길이다. 사실 ‘코리안 더비’라는 말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렸다. 뭐 글이나 길이나 꼭 그 길로만 가야는 것은 아니니 이해 바란다. 

절판) 축빠와 냄비팬의 희망 어시스트/ 저자 전병호, 한영현/ 출판 청년정신/2014년

더비(라이벌전)에 대해서는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축빠와 냄비팬의 희망어시트’라는 책에 쓴 적이 있다. 그 내용 중 일부를 가져와 다시 한번 더비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더비(Derby)는 원래 영국 북서부 소도시의 이름에서 유래된 말이다. 19세기에 있었던 베드로 팀과 세인트 팀이 벌인 경기가 효시로 당시에는 더비라는 한 도시에 연고를 두고 두 팀이 벌인 숨 막히는 승부를 더비로 부르게 되었다. 이 더비가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을 넘어 라이벌끼리의 경쟁으로 그 의미는 확대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더비가 경마에서 나온 말이라고도 하는데 축구판에서 더비는 영국의 더비시 이름에서의 유래되었다는 설이 더 신빙성 있어 보인다.


더비는 라이벌 전이다. ‘라이벌’이라는 말은 라틴어 ‘리발리스(rivalis)’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래 ‘같은 물을 먹는 두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지리적으로 가까워 서로 미워하는 정도가 깊어진 맞수 관계를 라이벌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팽팽한 라이벌 간의 대결을 축구판에서 ‘더비(Derby)’라고 부른다. 


전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시키는 더비는 뭐니 뭐니 해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최대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경기를 꼽을 수 있다. 이 전통적인 라이벌 전을 고전이 승부라는 의미로 ‘엘 클라시코’라고 부른다. 두 팀은 1902년 첫 경기를 시작으로 100년이 넘는 동안 경기를 지속해 왔으며 현재까지도 막상막하의 실력으로 매년 4~5차례의 엘 클라시코 전쟁으로 전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한때는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간의 경쟁으로도 전 세계 축구팬의 관심을 모았으나 그들이 떠나고 조금 시들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프리메라리가에서의 경쟁은 여전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전통적인 라이벌 전은 레즈 더비(Resd Dreby)로 불리는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가 유명하다. 맨유가 요즘 빌빌거려 그렇지만 두 팀 모두 붉은색 유니폼을 입어 붙여진 이름으로 ‘장미의 전쟁’으로 불릴 만큼 거칠고 경쟁이 치열한 라이벌 전 중에 하나이다. 최근에 손흥민 때문에 관심이 높아진 토트넘과 아스널의 북런던 더비도 있다. 사실 아스널 팬들은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보다는 지금은 추락했지만 첼시와의 런던 더비에 더 경쟁심을 가질 수 있다.


차범근, 손흥민 선수가 뛰었고, 김민재 선수가 뛰고 있는 독일의 분데스리가에도 유명한 라이벌 전이 있는데 바로 레비어 지방에 있는 ‘도르트문트’와 ‘샬케 04’의 레비어 더비(Revierderby)가 있다. 두 팀은 스타일도 달라 화려한 기술축구의 샬케 04와 조직력의 도르트문트 경기는 축구팬들을 열광시킨다.


자본에 밀려 덜 알려져 있지만 축구의 대륙 남미에도 ‘엘 클라시코’보다 더 치열한 전통적인 더비가 있다. 바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리베르 플라테’와 ‘보카 주니어스’ 더비로 ‘엘 수페르클라시코(El Superclasico)’라고 부른다. 영국의 <옵서버 observer> 지는 이 더비를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50가지 스포츠 행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두 팀 모두 1900년대 보카의 노동자계급 구역에서 창설되었다. 하지만 리베르 플라테는 부유한 교외로 본거지를 옮겨 떠났고 노동자계급 구역에는 보카주니어스만 남게 되었다. 이에 보카주니어스 팬들은 리베르 플라테를 향해 백만장자라는 의미인 ‘로스 밀리오나리오스(Los Milionarios)’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영원한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현존하는 축신으로 부르는 메시가 자국을 방문했다가 한때 라이벌 팀 소속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고향 식당에서 한 축구팬에게 얼굴을 얻어맞은 사건은 축구계에 떠도는 전설적인 얘기다. 아무리 세계적인 축구 스타라 해도 자신의 팀을 위해 응징해야 하는 존재일 뿐이었던 것이다. 이 팬에게 자신의 팀은 메시보다 위대한 존재였던 것이다.


더비는 사실 이 정도는 돼야 라이벌 전이다. 그런데 손흥민과 황희찬이 무슨 ‘코리안 더비’란 말이냐? 축협에 뿔난 마음을 그저 광고로 시청자를 모으려 했을 중계사에 떠넘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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