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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Feb 25. 2024

[난중일기]를 다시 펴다.

혼탁한 세상     이순신 장군님께 문안인사를 드리다.

난중일기: 저자 이순신, 출판 서해문집, 발매 2004년

1. 다시 잡은 난중일기

10여 년 전 이름만으로도 이미 재미없을 것 같은 난중일기를 완독 했다. 그때 읽으면서 근엄하고 강직했을 것만 같았던 이순신 장군도 일기 곳곳에 묻어 있는 인간미에 놀랐던 감정이 떠올랐다.  요즘 들어 부쩍 ‘이 혼탁한 세상 어쩌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다. 나이가 들어가는 탓일까 아니면 지금 세상이 진짜 점점 더 혼탁 해져서일까? 심란한 마음을 달래 보려 10여 년 전 읽었던 난중일기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순신 장군의 삶에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을 심산이었다. 


이 책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부터 끝나던 해인 1598년까지의 일기다. 전쟁 중에도 꼼꼼하면서도 간결하게 자신의 마음을 담아낸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마침 최근에 이순신 장군의 전쟁을 다룬 영화 3부작 시리즈 중 마지막인 ‘노량’이 개봉되어 재독 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일기체의 특성상 내용 리뷰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읽으면서 미처 몰랐던, 스스로 알게 된 것들에 대해 얘기해 보는 것으로 리뷰를 대신할까 한다. 


2. 내가 몰랐던 이순신 장군

1) 장군님은 잔병치레꾼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았던 것은 이순신 장군이 많이 아팠었단 것이었다. 생각하기에 장군이면 몸이 건강하여 아프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일기 곳곳에는 몸살, 감기 등 사소한 잔병치레를 많이 했다고 나온다. 장군님이 나와 비스름하게 잔병치레를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가 상상했던 장군 이순신보다 훨씬 더 인간미가 느껴져서 좋았다. 


2) 나라에 제삿날이라 출근하지 않음.

옛 선조들의 근무 형태를 조금이나마 알아서 흥미로웠다. 지금처럼 주 5일 근무제나 국경일 휴무 같은 제도는 없었지만 당시에도 휴일이 있었다. 유교 국가답게 나라의 제삿날(왕실제사)이 휴무일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가족의 제삿날에도 공식적으로 쉴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군인들도 지금의 직업군인들처럼 휴일을 기다렸다고 생각하니 재미있었다. 

삐딱하게 생각해 보니 그렇다면 조선 후기로 올수록 제삿날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을 텐데(죽은 왕의 수도 계속 늘었을 것이고 그 많은 왕비와 후궁들 제사까지.) 매일 쉬고 언제 일했을까 궁금하다.


3) 그 당시에도 목욕을 즐기다.

일기 속에는 어느 해에 매일 목욕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 당시 목욕탕이 따로 있었는지 아니면 임시로 집을 짓고 큰 솥단지에 물을 끓여 목욕을 했다는 것이지 모르겠지만 목욕을 그렇게 자주 했았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려면 당시에는 기름보일러도 없었을 텐데 한번 목욕하려면 무르 데우느라 종들이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4) 이순신 장군은 활쏘기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다.

군인에게 활쏘기/총 쏘기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장군은 군인으로서 늘 솔선수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난중일기에는 매일 활쏘기 연습했다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장군까지 올랐음에도 그렇게 매일 활쏘기 연습을 했으니 역시 존경받을 만한 장군님이다. 광화문에 서 있을 자격이 있는 멋진 장군님이다.


5) 이순신 장군은 실제로 원균을 무척 미워했다.

곳곳에 원균을 싫어하는 감정을 표현해 놓았다. 인간적이다. 직장 동료를 끔찍하게 싫아하는 마음은 나도 알 것 같다.


6) 장군님의 즉결 처형

지금이라면 인권문제로 엄청난 파장을 줄 일이다. 아무리 전시상황이라도 소를 훔쳤다고 목을 베고, 도망쳤다고 목을 베었다니 기강 문제를 떠나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조선시대라지만 무섭기도 하고 야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도 인간의 가치가 저리 낮았다 생각하니 지금 현재가 소중해졌다.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3. 난중일기를 덮으며.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나는 지금 ‘정화수 100일 글짓기’라는 목표를 정해 놓고 매일 글짓기를 하고 있다. 이제 겨우 30여 일 지났는데 하루하루가 참 고통스럽다. 전쟁 중에도 거의 매일 일기를 쓴 이순신 장군이 얼마나 위대하고 대단한 사람인지 새삼 깨닫는다. 이제부터 광화문을 지날 때마다 큰 칼 옆에 차고 당당하게 서 있는 이순신 장군님께 경의를 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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