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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Jun 01. 2019

컴플렉스

몇 학번이세요?

※2년 전 써논 글 정리차원에서..


지난주말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인상깊었던 장면 하나는 내가 좋아라 하는 유시민작가(그래 나 유빠다)의 인터뷰 부분 이었다.노무현대통령은 학력컴플렉스가 있었다는 말(더 이상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여기까지)

엇저녁 친구들과 술한잔 하다 그 얘기가 나왔다.
듣고 있던 동상이 "형도 컴플렉스 있잖아"
순간 당황하며 "어? 뭐?"
삼수한 지는 없다는듯 의기양양하며 "학번 컴플렉스"  3초 후 나  "인정"

생각해보니 나는학번 컴플렉스가 있다. 어디가서 학번 얘기만 나오면 우물쭈물하거나 화제를 돌리고 누굴 만나도 학번따위는 묻지 않은지 꽤되었다.

난 86년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그러니까 86학번일 뻔. 재수하여 이듬해 대학에 들어갔다.그러니까  87학번. 그런데 그 학교를 짤리고(이유는 묻지 마시라. 뭐 그때는 그게  하튼)  학교를 옮겨 다시 들어갔다. 그러니까 89학번. 그런데 나이 때문에 한학기 마치고 군대갔다. 그러니까 복학해 대부분 92학번들과 4년을 함께 다녔다.
"그래서 니 도대체 몇학번이야?"
 내 인생이 이러니 학번 물으믄 헷갈리지.

위에 글은 밑밥이고
내가 학번 컴플렉스를 갖게된 이유  하나,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하던시절 고향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자기후배라며  친구를 소개시켜줬다. 나는  아무생각없이 "몇학번이세요?"  
순간 그 친구는 엄청 당황하며 "네에 저기 어"(지금도 그 당황한 얼굴이..)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아차했다. 맞다. 우리세대 대학생 비율이 전문대 포함 25%정도였으니 학번 없는 이가 대부분 이었을텐데. 또래는 모두 학생일 거라는 배려없음이 상대방에게 큰 실례를 범한 것이었다. 그 친구는 얼마 있다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떴다. 내친구에게 미안하고 그 친구에게 얼마나 미안했던지. 그 뒤로 난 누구에게 학번을  먼저 묻지 않는다.

이유 둘, 학교를 옮겨 89학번으로 입학했을때 그곳  4학년(86학번)들이 나와 같은 나이였다. 그럼에도 나이따질 일은 아니어서(난 그런거 중요하게 생각 안한다.진짜다) 나는 선배들  모두를 형(학형의 준말)이라 호칭했다. 그런데 내 정확한 나이를 모르는 선배들은 술자리에서 종종  날 함부로 대했다.(지금 생각하니 내가 너무 동안이었나 싶기도 하고 ㅋㅋ 참 별것두 아닌데) 그러던 어느날 88학번 선배가(속으로는 후배라 생각하는) 함부로(?)  하길래 대들었다. 술자리가  엉망이 되었고 나름 충격을 받아 학교를 그만둘까 생각했다. 그 사건으로 선배들 보면 괜히 학번으로 누르려는것 같아 왠만하면 피했다.  그 뒤로 누가 학번 물어보면 그 장면이 떠올라  거짓말 하기는 싫고 우물쭈물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학번 가진 페친 여러분 중 어디가서 함부로 학번 물어보지 마시라. 혹시 나같은 학번컴플렉스 있는 이 만나게 된다면  확 물어버리는 수가 있다.

재미없는 이 긴글 여기까지 읽은신 당신이
'진정 인내의 챔피언입니다'
챔피언~  ㅎㅎ

즐건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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