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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르 Apr 04. 2019

지뢰를 묻자



지뢰를 묻자.

언젠가 밟으면 다리 뿐 아니라 온몸이 날아가 죽어 버릴만한 지뢰를 깊이 깊이 묻어두자.

깊이 묻은 지뢰가 내 몸속을 파고들듯 숨어있다. 내 안의 지뢰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 처럼 위협한다. 내 안의 모든 것들은 지뢰를 밟지 않기 위해 긴장하고 있다. 내 모든 불안, 내 모든 여유, 내 모든 사랑하는 마음들까지도 너를 지키고 있다.


똑똑똑. 거기 그대로 있습니까. 나를 뼈까지 날려버리려고, 아니 죽이지 않기 위해서 그 심연 속에 잠들어 있습니까.


시간이 흐를수록 존재감이 없어지기를 기다린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당신의 발목을 붙잡고 이제는 터뜨리고 싶다. 나는 언제고 터질 준비가 되어있다. 이곳은 너무나 차갑고 어둡고 두렵다. 


긴장을 풀수도, 풀지 않을 수도 없는 혼자만의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고립되어있다. 격리되어있다. 분노하고 있다. 아무리 화를 내도, 깊은 땅 속에서 지뢰의 외침은 지상으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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