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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07. 2020

아들의 일기 #12

20. 11. 6    똥

제목 : 똥


가끔은 아빠가 똥을 닦아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각오한다.

왜냐?

똥이 똑하고 깔끔하게 안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래에서 위로 휴지를 이용해 훑어 주는 게 key point다.

하지만 아빠는 그냥 짓눌러버린다.

그럴 때면 한마디 해주고 싶다.

하지만 누군가 무엇을 해 줄 때 토를 달지 않는 게 좋다.

그래서 10년째 똥꼬에 신세를 지고 있다. 그래도 이젠 못 참겠다.

아빠에게 가서 강력하게 항의를 할 거다. 그럼 이만!








신랑은 10년째 아들의 똥을 닦아줍니다.

저는 아들이 1학년이 되는 해부터 냄새나고 지저분한 똥은 각자 해결할 것을 힘주어 얘기했고, 그로부터 해방이 되었습니다.

신랑에게도 기한을 두고 천천히 스스로 할 수 있게 해 주라고 말해보았지만 신랑은 언제까지 닦아 달겠냐며 나름의 사랑을 똥 닦아 주는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사람마다 사랑 표현 법이, 그 대상마다 또 다르겠지만 누가 제게 그렇게 사랑을 표현한다면 우웩!!!!!!

정말 싫을 것 같습니다. ㅋㅋ

아들 역시 때가 되면 무척 싫어하겠구나 생각하니 신랑을 굳이 말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아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스스로 처리해야 할 더럽고 냄새나는 일을 아빠가 대신해 주는 걸 무지막지하게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애로사항이 있었나 봅니다.

누군가 무엇을 대신해 줄 때 토를 달지 않는 게 좋다는 아들의 마음에서 열 살 인생을 엿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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