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사납게 부어대던 빗방울처럼
아침이면 빗방울의 그림자 같은 흔적조차 지워진
그런 나이고 싶다.
뽀득뽀득 닦아낸 새하얀 식기처럼
이미 가득 먹어 시들해진 냄새와 자취조차 감추고
신선한 음식의 향기를 품고 황홀한 맛을 담은
그런 나이고 싶다.
어느 고독한 단식 투쟁에서의
텅 빈 공복처럼
내 머리도 그럴 수만 있다면
하루는 텅 빈 채로
원하는 것들로만 채우고
선한 햇살 아래 친구들과 함박웃음 지으며 뛰놀던 기억조차
비워낼 수 있다면
그런 내가 될 수 있다면
단순하게
그때그때 향기롭고
그때그때 깨끗하고
그때그때 비워진
그런 나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