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가고. 이사를 온다.
그 집을 구성하는 가족이 몇 명 일지 아직은 모른다.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지 없는지.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 조차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 수 없는 세상.
시끄럽다거나 냄새가 난다거나 어떤 불쾌한 일이 생겨야만 얼굴을 볼 수 있다.
때론 사람보다 강아지가 사는지 안 사는지는 정확히 알게 된다.
집 앞에 세워놓은 자전거 바퀴의 크기가 안장의 높이가 한 사람을 알려줄 때도 있다.
겨울을 지독히도 싫어했다.
가을에서 겨울의 냄새를 맡았을 때 온몸을 파고드는 시린 쓸쓸함이 싫었다.
벽에 기댄 작은 등을 밀어내는 써늘한 냉정함도.
바람 한 줌 통과할 수 없게 집집마다 꼭꼭 닫힌 문들이.
한 칸에 하나씩 손을 찔러 넣고 몸을 잠근듯한 움츠린 모습이
일찍 문을 닫은 캄캄한 상가의 발길 끊어진 무관심이
칼날 같은 추위에 배일까 봐 시선조차 돌릴 여유가 없는 앞만 보고 종종걸음 걷는 조급함이
살짝만 닿아도 파삭 깨질 것만 같은 꽁꽁 얼어붙은 공기가
모든 것이 찔릴 것 같은 날카로움으로 다가왔다.
그럴 때면 집에 들어와 이불속에서 가족들과 숨이 막힐 정도로 꼭 끌어안았다.
손에 손을 비비고 코에 코를 비비고 가슴을 열어서 가슴을 녹였다.
또 이사를 가고 이사를 온다
누군가의 아빠가
누군가의 엄마가
누군가의 딸이
누군가의 아들이
누군가의 누군가가...
누구일지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사는 동안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문 걸어 잠글 누군가가
겨울처럼 왔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겨울처럼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