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직장인은 정말 안정적일까?

<非회사원은, 처음이에요.> 12화

by 비타민들레

직장인 김현주는

‘월급쟁이’가 최고야, 안정적이니까’라는 말을 들을 때면

늘 의문을 품었다.


‘도대체 회사원의 어디가 안정적이라는 거지?’


김현주는 회사를 다니며 단 한 번도 ‘안정적이다’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 위 말에 공감이 어려웠다.


꼬박꼬박 월급을 받고,

각종 복리후생이 뛰어난 대기업들을 다녔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진짜 안정감’을 느낀 적은 없기 때문이다.

하이브 재직 시절 뉴욕 출장 (2023)


나는 회사 생활의 어디에서 불안정을 느꼈을까?


'불안정함’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시기는

신입사원, 사회초년생 시절도 아닌

동종 업계 9년 차, 34살에 이직한 세 번째 회사인 하이브에서였다.


‘직장인’이라는 타이틀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일해왔고

어느덧 두 자릿수 넘어가는 연차를 앞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회사 일’은 늘 도전적이었고 어려웠기 때문이다.


입사한 지 일주일이나 채 지났을까,

해외 출장 준비를 위한 파트너사 미팅 어레인지와

각종 작품 제작 세팅을 위한 섭외/계약 준비 업무가 쏟아졌다.


출장비 결제를 위한 법인카드도 발급 전이라 건건이 리더의 도움을 많이 받고

실무에서 어떤 내용을 논의해야 하고, 또 어떤 제안/준비를 해야하는지 파악해야했다.


전 퇴사자의 인수인계 시트와 단편적인 메일 스레드의 퍼즐 조각을 이어 붙였다.


‘이 감각, 분명 처음은 아닌 것 같다. 예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

이 경험은 과거의 회사 생활에서

사내 부서를 이동하며 겪은 전배의 고충과

이직을 한 뒤 마주했던 어려움들이랑 완전히 똑같았다.


작품 준비는 또 어땠을까?

론칭 일정은 정해져 있는데, 계약도 스테핑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아, 역시 목표지향적인 한국인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는가.’


‘불가능은 없다’라는 생각으로, 도전적인 목표를 우선 세팅하고

무에서 유를 어떻게든 만들어 내기 위한 ‘맨땅에 헤딩’이 또 시작되었다.


이것 역시, 처음이 아니었다.


과거의 드라마 현장에서도, 각종 콘텐츠의 계약 체결이나 방영을 준비하면서도

목표 일정과 숫자는 늘 딱 정해져 있고

그것을 어떻게든 해내기 위한 ‘궁리’와 ‘노동’이 존재해 왔다.


와중 산학 협력을 맺은 학교와의 수업 운영/조교의 역할도 부여받았다.

- 과제 선정과 부여

- 수업 운영 평가 방식 정리

- 담당 교수님과의 커뮤니케이션

- 각종 재원들을 어떻게 현업 업무와 연결시킬 것인지에 대한 궁리 등

다양한 미션이 있었다.


이 정도면, 믿어 주시는 건지 그냥 다 하라는 건지…


9년 차의 ‘짬바’는, 조직이 내게 기대하는 만큼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늘 '일잘러'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또다시 새로운 환경에서, ‘일잘러’로 인정받기 위해

주어진 것을 어떻게든 해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내 모습을 보며

어쩌면 ‘일잘러’라는 개념 자체가

결국 조직이 정하는 하나의 기준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수가 그랬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도전적인 일상과 업무에 맞서

책임감 있게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조직에서 필요한 일, 많이 할 수 있는 기회란 감사한 게 맞다.

하지만 나는 ‘해내야만 하는 일’이 끊임없이 주어지는 게 버겁고, 어려웠다.


‘회사는 다 똑같구나.’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그냥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다 엇비슷한 희로애락이 있고

그걸 지칭하는 말이 ‘결국 회사는 다 똑같다’라는 말이 아닐까.


그리고, 이해해 나갔다.

각자의 ‘일을 하는 이유’가 다름을.

그 ‘월급’의 용도 역시 다르다는 것을.


또한, ‘각자의 안정감’의 무게도 다를 수 있음을.


그러면서, ‘일을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안정감 있는 일’ 무엇인지 스스로의 정의를 내려보기 시작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

‘일’은 편해지고 익숙해질 수 있지만, ‘잘하는 것’ 자체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므로 상대적인 것이라는 정의를 내렸다.


그러면, 내가 생각하는 ‘일의 안정감’은 무엇이었을까?


‘기왕 돈을 벌어야 한다면,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로 버는 것.’

‘내 자유와 가족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를만큼 버는 것..’

이라는 정의가 내려졌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니,

결국 내가 찾던 안정감은 ‘회사’라는 틀 안에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힘에서 오는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제야 후련했다.


마땅한 대안과 용기가 부족해,

네이버 퇴사 대신 이직을 택했었는데


이제는 ‘회사를 피하고 싶다’ ‘그만두고 싶다’가 우선이 아닌

‘회사를 그만둬도 되겠다’라는 편안한 마음이 들었으니.


내 밥벌이의 정의가,

생계 그 이상의 ‘내 자유와 가족을 지킬 힘’을 얻는 것임을 찾아 냈으니.


1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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