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 해외 놀이공원
일본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나라이기도하고 나 또한 지금까지 가장 많이 가본 나라를 선택해도 일본일 것이다. 올해도 이미 4월에 오사카를 다녀왔는데 10월에 도쿄를 다시 또 갈 예정이다. 10월에 도쿄를 가면 벌써 3번째 도쿄인 셈이다. 주변 사람들은 일본을 그것도 도쿄를 뭐 하러 세 번이나 가냐고 하지만 우리에게 일본은 조금 특별하다. 원래부터 특별했던 것은 아니고 아일랜드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 미호, 유카가 일본 사람이다 보니 조금 더 자주 가게 됐던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할 수 있는 꺼리가 있다는 건 여행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도쿄는 작년에 6월 / 10월에 두 번이나 다녀왔었다. 6월은 친구 결혼식 때문이었고 10월은 정말 즐기기 위한 여행이었다. 사실 일본은 2박 3일 혹은 3박 4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사실 놀이공원이나 멀리 어딘가를 가는 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쩌면 짧게 가는 여행이다 보니 더 자주 가게 되는 것 같다. 서울에도 즐길거리가 아직 남아있듯이 도쿄도 세 번째이지만 보고 즐겨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도쿄를 여전히 가고 싶은 이유는 디즈니랜드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디즈니랜드는 나에게는 정말 어렸을 적 티브이에서 만화로만 보던 미키마우스가 사는 행복이 넘쳐흐르고 웃음이 가득한 아름다운 장소이다. 아직도 나의 동심을 자극하고 여행프로에서 디즈니랜드가 나오면 티브이 속으로 들어갈 듯 침을 흘리며 푹 빠져서 보고 있다. 그만큼 디즈니랜드는 나에게는 로망이었고 나의 동심 어딘가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그래서일까 가기 전날부터 발을 동동거리며 디즈니랜드 가는 날만 기다렸던 것 같다.
드디어 디즈니랜드를 가는 날 전날 밤에 설레어서 미키마우스가 나오는 꿈까지 꾼 걸 보면 디즈니랜드 정말 가고 싶긴 했나 보다. 원래는 일본에서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려면 어디를 먼저 갈지 시작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다 찾아봐야 할 테지만 나는 운이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 아일랜드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 유카가 같이 가기로 했고 유카는 나보다 더 심한 아니 디즈니에 미쳐있는 살아있는 덕후였기에 우리는 그녀가 가는 데로 하자는 데로 하면 되었기에 아무 준비 없이 나는 디즈니랜드로 향했다. 디즈니랜드는 우리나라 에버랜드처럼 앱도 있어서 미리 확인하고 어느 어트랙션이 좋은지 위치는 어디 있는지 다 미리 체크하고 가면 너무 편리한데 나에게는 이미 디즈니랜드를 10번 이상 다녀온 현지인 친구가 있었기에 그저 설레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가기만 하면 되었다.
평일이라서 그래도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디즈니랜드는 여전히 북적거렸고 온통 사람들 천지였다. 들어가는 입구로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다리를 건너면서 내려다본 디즈니랜드는 아름다웠지만 그 앞에 들어가려고 줄지어 서있는 어마어마한 사람의 무리를 보니 기다려야 할 생각에 초초한 마음이 들다가도 디즈니랜드에 진심이 일본인들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죄다 웃고 있는 모습에 묘한 동질감도 느꼈다. 이미 나도 너도 신나 있었다.
'이 정도면 사람 없는 거야 주말에 오면 입구에서 1시간-2시간 기다리는 건 기본이야'
'정말? 디즈니랜드 정말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일본 사람들이 디즈니랜드를 다들 좋아하긴 해'
그랬던 것 같다. 아일랜드에서도 일본인 친구들이 대부분 독일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우리는 차를 좋아해서 인가 싶었더니 독일 뮌헨 근교 퓌센에 디즈니성의 모티브가 된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러 간다는 것이었다.
모든 일본인 친구들이 다 그곳을 말해서 너무 신기하기도 했고 그만큼 이나라 사람들 디즈니에 진심이구나 싶었던 기억이 난다. 일본 디즈니랜드에 직접 와보니 그 마음이 무엇인지 더 실감이 갔다.
평일인데 사람은 많았지만 그냥 디즈니랜드에 내가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설렘 그 자체였다. 10월이라 덥지도 않은 날씨에 맑은 하늘이 그저 좋았고 디즈니성에 서있으니 늘 티브이에서만 보던 디즈니캐릭터 퍼레이드가 기다려졌다. 물론 모든 놀이기구는 기본 대기시간은 30분이 넘었다. 그럼 어떠랴 기다리면서 주변을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몽글몽글 미소가 차올랐다.
한국 놀이공원이었으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신밧드의 모험 같은 배를 타고 각국 나라들 인형들을 보면서도 좋다고 낄낄거리며 사진을 찍고 좋다고 신나 있는 나를 보니 이게 이렇게 좋을 일이냐 싶으면서도 디즈니에 있는 걸 어쩌라고 하며 혼자 웃음을 삼켰다. 남편도 이런 내가 재밌는지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그렇게 좋아?' 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어보인다.
아침 8시 30분에 도착해서 하염없이 디즈니랜드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6시가 넘었고 이제 곧 저녁 퍼레이드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어린아이들의 맘이 이런 걸까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면서도 벌써 끝나 버렸다는 아쉬움에 나는 발을 동동거리며 하나라도 더 즐기고 싶은 마음에 자꾸 남편 팔을 유카 팔을 끌어 데며 어디론가 가려고 하고 있었다. 적당히 웬만큼 놀자가 나의 여행의 모토인데 디즈니랜드에서 만큼은 이 모든 시간이 여전히 부족하고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 폐장시간이 코앞이라는 게 이렇게 서러울 일이냔 말이다.
'우리 퍼레이드 보려면 미리 자리를 맡아야 하는 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맞아 퍼레이드 보려면 자리를 맡으면 좋긴 한데 그거 알아? 지금이 인기 어트렉션을 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다들 퍼레이드 볼 자리를 맡을 거거든. 근데 나는 사람 많이 없는 명당자리를 알고 있으니깐 나만 믿고 따라와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마지막 시간까지 즐겨야지'
맞다 우리에겐 현지 전문가 유카가 있었다. 유카 말이 맞았다. 퍼레이드시간이 임박하자 인기어트랙션 대기줄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그 덕에 10분 정도만 기다리고 바로바로 탈 수 있었고 하루종일 기다려도 못 탈 것만 같았던 디즈니랜드 최고 인기 어트랙션도 타보는 행운을 얻었다. 이렇게 신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맘껏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퍼레이드 물론 가까이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유카의 명당자리 덕분에 충분히 즐기고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 나도 그 퍼레이드에 덩달아 흠뻑 빠져 동심으로 잠시 돌아갔다 왔다.
어릴 적에는 꿈만 같았고 실제 내가 디즈니랜드를 가볼 수 있을까? 꿈속에서만 그려봤던 것 같은데 실제 방문해 보고 즐겨보니 너무 행복했고 감사했다. 오전 8시 30분부터 밤 9시 30분까지 나가라는 방송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 디즈니랜드에 남아 있었다는 게 좋았다. 잠시동안이었지만 어릴 적 오매불망 안고 만지던 미니를 미키를 보고 오니 동화 한 편을 다 읽고 나온듯한 미소로 꽉꽉 채워진 하루였다.
디즈니랜드를 나와 다리를 건너가는데 자꾸만 그곳을 돌아보게 된다. 또 올게 라는 말보단 마음에 잘 담아 둘게라는 말을 남기며 행복한 디즈니랜드 다리를 건너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