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요일, 아침마당에서 노래 경연이 하는 날이다. 아마 스토리가 2주 간격으로 이어지고 매주마다는 바뀌는 편. 이번 편은 가수들의 매니저들이, '나도 가수다'하고 나와서 자신이 매니저로 있는 가수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노래하는 코너였다. 설거지를 후다닥 끝내고 부모님과 함께 티브이 앞에 앉는다.
'다음 직장은 오후에 출근하는 데로 구해야 하나' 잠시 생각한다.
꼬옥 집중해서 보지 않더라도 핸드폰으로 카톡을 하거나 웹페이지를 구경하면서 듣고 즐기기도 괜찮다.
엄마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가수들을 잘 모르더라도, 부모님과 함께 종종 티브이를 보다 보면 누가 누군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이전에는,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소리는, 명절에 억지로 가서 씻지도 못하고 컴퓨터도 못하면서 하루 이틀 지내고 왔던 답답한 할아버지 댁을 연상시켜서 그렇게 트로트를 좋아하진 않았다. 구부렁한 산길을 아버지 차를 타고 어린 시절 4인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종종 카오디오에서 트로트가 울려 퍼졌고, 가뜩이나 장시간의 운전으로 멀미가 날지경인데 그런 트로트의 소리가 더 멀미가 나도록 부추기는 듯했다.
작년 그 작년 계속 유행하던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들에도 영 관심이 없었으나, 취침 시간도 늦춰가면서 열성적으로 보는 부모님 때문에 종종 같이 보기도 했다.
그래도 엄마 아빠랑 취향이 맞는 프로그램들이 몇 있었는데, 예를 들면 인간극장과 아침마당, 6시내고향 같은 프로그램들이다. 요새 젊은이들은 공중파 방송을 잘 안 봐서 억지로 내야 하는 시청료도 안내는 방법을 찾는다던데.. 나는 공중파를 주로 맴돈다. 오히려 우리 집에서는 서로 공중파의 어떤 방송을 보려고 작은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토요일 저녁 7시에 나는 kbs1의 동네한바퀴를 보고 싶어 하고, 부모님은 kbs2의 불후의명곡을 보고 싶어 한다. 작년 말, 동네한바퀴를 보고 알게 된 서울의 어떤 숙소에 가서, 사장님 부부랑 여러 얘기를 나누면서 내 취향이 좀 올드하다고 듣기도 했다. 옛것을 좋아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침마당은 매 요일마다 다루는 내용이 다른데, 매번 집중을 해서 보는 것은 아닌 터라 특별하게 기억나는 요일에 대해서만 써보면, 화요일은 유명인사(?) 초대석, 수요일은 도전꿈의무대나 각종 노래 경연들, 목요일은.. 잘 모르겠고, 금요일은 부산 지역 자체 방송으로 노래교실을 한다.(월요일도 잘 모르겠다.)
우리 가족이 집중해서 보는 요일은 수요일과 금요일이다. 특히 엄마가 제일 집중하신다. 아빠는 시골에 가 계시면 건너뛰기도 하시고, 나는 설거지나 다른 일을 한다고 대충 볼 때가 많다.
특히 수요일 노래 경연은 시청자 참여로 결과를 내는데, 전화/어플로 투표가 가능하다. 엄마랑 나도 주로 엄마가 마음에 드는 참가자에 대해서 투표를 몇 번 했었다.
오늘은, 가수들의 매니저들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는데, 저마다의 사연과 가수의 매니저로 일하게 된 계기를 듣고 가수와의 합동 공연까지 보니 핸드폰을 볼 필요가 없었다. 오랜만에 티브이를 '맛깔나게' 보았다.
제일 끝에는 원래 패널로 참여하는 황기순님의 노래공연이 있었는데, 노래 제목이 '풀리네-설운도'였다.
가사가 참 좋아서, 웹에서 찾아보려 했더니 잘 안 나온다.(멜론에도 없다..)
대강의 내용은, 올 한 해는 일이 잘 풀리고 하는 일마다 대박이 날거라 기원하는 가사였다.
아침마당에 나오는 아나운서들과 패널들은 자주 보다 보니 실제로도 본 것 마냥 낯이 익다.
휴, 재취직하면 아침마당 볼 시간도 없을 건데 조금 아쉽다. 작년 말에 취직을 한 동생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매일 6시내고향을 보면서 저녁을 먹는다는 누나에게) '나도 누나 일하고 있을 때 그거 맨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