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렇게 앉아만 있으니 엉덩이가 커지지!

브런치를 시작하고 엄마한테 듣는 잔소리

by 박냥이

아침식사를 대강 마치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하고 커피 한잔을 들고 내가 향하는 곳은, 노트북.

밤새 내 방에 두다가 오후나 저녁엔 또 동생 방에도 뒀다 한다.

내방의 책상은 최근 구입한 바닥 책상, 동생 방엔 의자를 겸한 데스크 책상이 있다. 의자에 앉는 게 좀 더 편하긴 하지만 동생 방은 오전 중엔 어두워서 전등을 켜야 하니, 전기세 눈치 보이는 백수는 오전 시간대엔 주로, 아마 동남향이라 밝아서 전등을 켜지 않아도 되는 내방을 선호한다.

그리고 브런치에 접속한다. 노트북은 내 것이지만, 혹시 동생이 쓸 경우에 대비해서 브런치 자동 로그인은 하지 않는다. 백수인터라 아침 낮 오후 저녁 밤 시도 때도 없이 브런치에다 주절거렸더니 구독자 한 명이 줄었다. 뭐, 어쩔 수없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글을 쓰진 않는다. 한편으로 몇 안 되는 구독자분들의 피드를 멋대로 어지럽히는 거 같아서 괜히 미안해진다. 차단해도 할 말이 없겠다. 변명하자면 앞으로 몇 개월간 백수일 예정이라 브런치를 하는 것이 그나마 몇 안 되는 취미라는 정도..


MBTI가 ENFP에서 INFP로 바꼈다.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서 덧붙이자면 E는 외향형, I는 내향형이다. 그사이 인생이 꽤 힘들긴 했나 보다.

논리나 체계 없이 되도않는 공상만 열심히 하는 NFP는 안바꼈다. 힘들든 안 힘들든 공상은 언제나 나와 함껜가보다.

누구는 쓸데없는 생각이라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혼자 공상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좋다. 사람들과 만나다 방전되어버리는 배터리가 충전되는 시간 같달까.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작고 사소한 한두 가지의 일에 대해 온갖 공상의 나래를 펼치며 브런치에 주절주절거리고 있으면, 내가 글을 쓰곤 하는 것을 아는 엄마는, '밥 먹고 바로 앉으면 살찐다!'하고 엄포를 놓으신다.

하물며 종종 목욕탕에 가서 서로의 몸을 점검해주는 각별한 사이이니.. 유난히 더 커 보이는 엉덩이에 대한 원인은 언제나, '밥 먹고 노트북하면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

그래서 이제 나도 요령이 생겼다. 오전 시간대나 저녁 시간대의 집안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점심이나 오후에 외출을 한 경우를 틈타서 브런치에 주절거리는 것이다.

목욕탕에서는 엄마보다 일찍 나오는 이유가 하나 늘었다.

집까지 짐을 들러주고 다시 전용주차장에 재주차를 할 일이 생기면 근처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들어간다.

저녁시간 밤 시간이면 그나마 잔소리가 덜할 거라 지레짐작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활동을 마치고 하루를 마무리하고 쉬는 시간이라는 핑계가 있다.

이제 날도 따듯해져서 오늘은 벌써 오후 6시에 주차를 새로 하고 나서도 꽤 선선한 날씨에, 바람 쇠고 간다는 핑계를 대면서 공원 벤치에 앉아 신나게 글을 쓰고 있다.

부리나케 달려와 엉덩이 잔소리를 할 엄마를 몇 분 동안이나마 피할 수 있다. 하하하.

단점이라면 불과 몇 분 사이에, 집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쌀쌀해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불편한 속옷 수선해서 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