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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Jun 10. 2022

지하철에서

평일의 글쓰기, 읽은 책

  원래 몇 달여 간의 백수생활 중에는 오전 10시, 그러니 브런치(식사)를 먹기 참 좋은 시간에 브런치(어플)에 들어오곤 했는데, 이제 그 시간에는 화장실 갈 여유도 잘 없을 만큼 바쁜 밥벌이에 뛰어들게 되었네요.

그리고 퇴근 후에는 몇 시간 만에 곯아떨어지기 바빠서 브런치에 글을 쓰려면 그나마 출근 시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앉아 쓰는 게 낫겠더라고요.

보자, 이전에 검색해보기론 출발지~도착지간 약 40분이 걸리니 짧게 글을 쓰긴 괜찮아 보여요.

지금도 출근 중의 지하철입니다.



  직장에서 만나는 많은 이들에게는, 제가 직장에서 추구하는 목표인 '롱런(long-run)'을 위해서 특별한 감정은 느끼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음.. 예를 들면 사소한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했어요.

누군가에게 이런 태도는 참 쉽겠지만, 저는 꽤나 감정적인 사람이라(이성적이기보다는..) 어느 정도 주체를 해야 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기보다 아예 무감정의 상태(좋지도 싫지도 않은)를 일으키려 하고 있습니다. 사실 무감정으로 지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이런 상태가 그것이 맞는지 헷갈리기도 하지만요..

  이런 노력들에도 본성은 어쩔 수 없는지 사실은,

벌써 꽤 괜찮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몇 생기더군요.

아마도 사람 간에 끌리는 기질이나 분위기 같은 게 있나 봅니다. 의도치 않아도 일을 하는 중에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로, 저랑 맞을 거 같은 사람에게 미약하게 호감이 조금씩 생긴 달까요.

  반면 원리원칙을 너무 따지거나, 자신의 지위로써 타인에 대한 불만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이는 애써 가까이하고 싶진 않았던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이 직장에서 롱런하는 게 목표이므로.. 그 사람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일었던 감정도 접어두고 그냥 판단을 그치려 했습니다. 사람 관계라는 게 어떻게 얽혀질지는 모르니까요..


  '롱런'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니 사전적 의미로는 '연극, 영화의 장기 흥행'이라고 나오지만, 제가 쓴 의미는 그보다는, 마라톤 같이 오래 달리는, 곧 직장에서는 오랫동안 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제 퇴근길에 문득 위의 생각들이 들었는데, 예전에 학과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책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아마 집안 어디 책꽂이에 있을 텐데.. 못 찾으면 도서관에서 빌려보든지 다시 구입할 예정입니다.




  오랜만에 얼굴 팩을 합니다. 왠지 일을 시작하니 노화가 가속도가 붙는 느낌이 들어서요.(ㅎㅎ)

팩을 하고 누워서 안경은 벗은 채로,

엄마랑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디즈니 플러스에서 오래전에 나온 '노트르담의 꼽추'를 다시 보기도 하고

최근에는 책을 한 권 읽기 시작했습니다.

늘 무심하게 지나치던 지하철이 출퇴근길에 매일 마주치는 장소가 되니, 그 안에 스마트도서관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굳이 도서관까지 가지 않아도 바로 비치된 도서를 빌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비록 구비되어 있는 도서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유심히 고르다 꺼낸 도서의 제목은, '이완의 자세 -김유담 소설'입니다.

아무래도 신입사원이라 월초부터 바짝 긴장한 탓에 책의 제목에 이끌렸나 봅니다.

  요 며칠간 일을 시작하고 잠들기 전 다시 또,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SNS를 기웃거리다 잠에 드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아무래도 직장일이란 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도 있고, 가면을 몇 꺼풀 쓰고 일하는 게 답답하기도 하고 그러니, 뭔가 마음이 허해져서 그런 습관이 다시 나온 거 같아요.

그런데 SNS상에 정작 저자신에게 고갈된 무언가를 채워주는 것은 잘 없었고.. 결국 '눈'의 피로감만 한층 더해진 채 잠에 들었죠.

  대신 어제는 빌려놓고 잠자리에 던져둔 책을 펼쳐 들었는데 책의 두께가 얇아 두 손으로 들고 보기도 괜찮더라고요.

제가 즐겨 찾는 목욕탕에 얽힌 이야기인데 술술 잘 읽어졌습니다. 평소 목욕탕을 힐링의 장소로써 이용하고 있는데 그 책이 단순히 목욕탕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책을  펼쳐 든 것만으로 목욕탕에 있는듯한 안락함을 잠시 들게 해 주는 거 같았어요. 뭐, 이야기는 아직은 어떻게 진행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배경, 도입부인 느낌입니다.

  여튼 다시금 종이책을 드니,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시각적 피로도 덜하고, 잠이 오면 바로 덮고 자고(핸드폰에서는 각종 무분별한 정보들에 '이것만 보고 자자'하고 잠에 들 타이밍을 놓쳐버리기도 하거든요..)

무엇보다 오랜만에 마주한 종이책이 꽤 반가웠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독서모임 같은 것도 다시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여전히 속이 울렁거릴 만큼 불편하지만, 또 새로운 생각, 비슷한 생각들을 만나는 것은 즐거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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