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K-Pop 명곡 II, 백일흔하나

Day Dream, Team Sohn : 2023 - 2023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미안,
그만둬야 할 거 같아.


기온이 뚝 떨어졌던 지난해 겨울 어느 날, 회사 회의 탁자에 털썩 앉은 나는, 난 긴 한숨을 걷어내고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지금 회사를 이끌고 있는 대표이사인 그에게 말을 꺼냈다.


"무슨 소리야~ 안돼!"


내 의지와 마음은 이미 굳건히 세워져 있었기에 '혹시 안 잡아주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나 초조함은 없었다. 분명 예상되는 반응이었고, 수십 번 머릿속에서 되뇌고 되뇌었던 단어와 문장들을 그와 나 사이의 어색하고 무거운 공기 위로 하나둘 천천히 반듯하게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런 류의 소통은 역시 늘 어렵고 힘들다.


흔히 만날 때 보다, 헤어질 때 더 신중해야 한다는 말들을 하는데, 이번에야 바짝바짝 말라 타들어가는 입술에 연신 침을 묻히며 말문을 이어갔고, 어느새 우리 사이엔 어두침침한 침묵이 한참을 맴돌았다.



한해 7백만 명 이상이 퇴직


고용노동부의 최신 통계에 의하면, 2024년 한 해 국내 퇴직자 수는 약 7.2백만 명으로 전체 직장인 1.5천만 명 중 47%나 차지한다.


사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퇴사의 정의는 임직원의 '자의적 퇴사'를 의미하긴 하지만, 정확한 숫자를 가늠하긴 굉장히 어렵다. 그렇기에 통계적으로는 고용보험 상실자를 기준으로 둘 수밖에 없는데, 여기엔 해고, 권고사직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외부적 요인과 사망, 정년퇴임 등의 내부적인 요인까지 모두 포함되는 수치이다.


보다 현실적인 퇴사율을 반영한 몇몇 연구나 설문조사에서는 국내 신입사원이 1년 이내 퇴직하는 비율은 약 30%로, 신입사원 3명 중 1명꼴로 입사 후 1년 안에 퇴사한다고 밝히고 있고, 연령별로는 20대 퇴직률이 가장 높은 37.5%를 기록하며, 평균 근속 기간은 약 5.2개월에 불과했다.


결국 다시 돌아,
나한테 맞는 일


실제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생각하는 조기 퇴사 이유로는 '직무 적합성 불일치'가 58.9%로 1위로 연봉(42.5%) 보다 높았으며, 이어서 맞지 않은 사내 문화(26.6%), 상사 및 동료 인간관계(23.4%), 워라밸 부족(17.1%), 기타(7.7%) 등이 뒤를 이었다.


결국 연봉이나 처우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맞는 일'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사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지만 언제나 잘 해결되지 않는 도돌이표 같은 결말 앞에 다시 서 있는 것 같아 조금은 허무하기도 하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평생 퇴사할 일 없으면 안 되나?"


사실, 돈을 벌지 않아도 생활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금수저가 아닌, 대부분의 성실한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예전보다 많아진 노후자금, 가족 뒷바라지 등 때문에라도 언젠가 나에게 닥칠 '은퇴'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머릿속에 터지지 않은 시한폭탄과 같은 두려움으로 남아있다.


사실 '노화'라는 서글픈 자연의 법칙 앞에 '은퇴'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나마 상대적으로 자신의 일과 거기에 따르는 금전적 보상을 길게 누릴 수 있는 직업이 어떤 게 있을 수 있을지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자신의 욕심만 조금 내려놓는다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선택이 있을 수 있었다.


그 생각이나 수준의 차이, 그리고 현실적 실현 가능성에 따라 워낙 편차가 크겠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작가'도 그런 경계 안에 있는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지금은 잠시 정체되어 있지만 지난 몇 년간 행복했던 순간순간을 내게 선사한 '음악'도 그럴 수 있다.


임재범이 은퇴한다고?


얼마 전 K-Pop 레전드 가수인 임재범이 JTBC와의 인터뷰에서 데뷔 40주년 기념 전국 투어 콘서트 '나는 임재범이다'를 끝으로 무대를 떠나겠다고 깜짝 은퇴 선언을 했다. 그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노래할 수 있는 컨디션일 때 최선의 모습으로 내려오는 것이 팬들에 대한 도리이자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결심 배경을 전했다.


https://brunch.co.kr/@bynue/77


본 숨은 명곡 시리즈에서는 그의 보컬 최전성기라고도 불렸던 그룹 '외인부대'의 앨범 중 'Julie'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나의 사춘기 시절을 지나 '은퇴'의 기로에 서있는 지금까지 그의 노래와 함께해 온 세대로서 참 안타깝기도 하지만, 어쩌면 40년간 일해온 그의 멋진 은퇴에 박수를 보내고 싶기도 하다.


손무현이 돌아왔다고?


이 보다 불과 몇 년 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같은 '외인부대' 출신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타리스트 이자, 프로듀서 손무현이 다시 30여 년간 자신의 커리어를 정리하고 다시 K-Pop에서 재출발하는 프로젝트 그룹인 'Team Sohn'을 결성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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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레전드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 손무현의 사진들(위, 외인부대 시절)


손무현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기타를 치기 시작하여, 경기고등학교 3학년이던 1987년, 임재범이 시나위를 떠나 군제대 후 만든 헤비메탈 밴드 ‘외인부대’에 스카우트되어 데뷔했다.


외인부대 탈퇴 후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로 다양한 가수의 연주 세션을 맡기도 했고, 다재다능했던 그의 장기를 살려 작곡/프로듀서로 성장하게 되는데, 특히 1990년 발표된 김완선 5집의 성공이 그 시발점이 되었다.


그는 1991년 자신의 솔로 데뷔 앨범인 '제목 없는 시'를 발표하게 되는데, 이 앨범에 수록된 동명의 타이틀 곡인 '제목 없는 시'가 크게 히트하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게 된다. 이 앨범에는 그가 가진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알고도 남을 연주곡 2곡이 실려있는데, 개인적으로 그중 하나인 '시행착오'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애청하고 있는 한국형 퓨전재즈로 지금 들어도 그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높은 완성도와 그의 음악가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1993년에 발표된 그의 2집 'N.E.W.S'는 1집에 비해 크게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Midi 계열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많은 부분의 연주를 그가 직접 담당했고 근래 불었던 시티팝 열풍을 타고 재조명된 숨은 명반 중 하나이기도 하다.


2집 이후 그는, 영화 음악 감독으로서 그의 커리어를 전환하고 또 발전시켜 나갔는데, 많은 사람들은 대중적 시선에서 사라진 이유 때문인지 이때부터 그의 모습이나 활동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듯도 하다. 어쨌든 이 시기의 그는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귀신이 산다’ 등 우리에게도 굉장히 익숙한 흥행 영화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다


2013년에는 모든 멤버가 국내 실용음악과 교수이자 국내 최정상 급 세션맨들인 손무현·이태윤·장혁·조범진 등과 함께 밴드 ‘마스터 4(Master4)’ 결성하고 'Synergy'라는 발매 하는데 앨범을 내 그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하는데, 이 앨범 속 'Good Morning'이라는 곡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기분이 좋아지는 연주곡으로 꼭 들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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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무현이 발표했던 앨범 표지들


데뷔 30년을 맞은 2017년, 그의 음악인생을 재정리할 Team Sohn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그때, 갑자기 찾아온 뇌경색으로 인해 그는 생사를 넘나드는 인생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2020년.


그의 2집 발매년도인 1993년 이후 27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 그리고 33년 커리어를 정리하며 그의 음악 인생의 ‘재출발’을 알리는 'Team Sohn'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숨은 명곡 5곡을 재해석한 EP 앨범을 발매한다. ‘Team Sohn’은 그의 동료 뮤지션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그가 키워왔던 그의 후배/제자들과 함께 K-Pop의 새로운 “어덜트 컨템퍼러리 시장”을 다시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다시 돌아온 베테랑이 선사하는
완성형 웰메이드 K-Pop


오늘 소개할 백 일흔한 번째 숨은 명곡은 비교적 최근에 발매된 프로젝트 앨범인 ‘Team Sohn 2023’에 수록된 'Day Dream'이라는 노래로 손무현의 제자인 작곡 전공 하수안이 작사와 보컬, 손무현과 그의 오랜 음악 동반자인 조범진이 공동 작곡, 조범진이 편곡에 참여 했다.


일렉트로닉 String, 피아노, 기타와 함께 마치 노래의 서곡을 알리는 듯, 연주가 시작되면, 흥겨운 보사노바 리듬에 맞춰 무언가 깨끗하면서도 몽환적인 음색의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보컬이 마치 아침햇살에 노래하는 새들처럼 귓가에 살며시 다가와 재잘재잘 대는 듯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 노래는 하수안이 들려주는 감각적인 가사와 손무현, 조범진 등 K-Pop 베테랑들의 세련되고 진보적인 작/편곡이 어우러져 흔히 네오 보사노바라 불리는 라틴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돋보이는 완성형 K-Pop으로 'Easy Listening'을 추구하는 'Adult Contemporary'의 부흥을 충분히 다시 논할만한 가볍지만 산뜻한, 너무나도 멋진 곡이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노래를 구성하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연주 하나하나, 필요한 순간 어김없이 가슴을 후련하게 풀어주는 코러스, 색소폰 솔로 그리고 이 모든 악기를 마치 연주곡과 같은 팔색조의 아름다운 향연으로 만들어주는 톱클래스의 편곡, 그리고 시크하게 무뚝뚝하게 끝나버리는 엔딩까지 뭐 하나 지적하거나 빼놓을 수 없는 교과서와도 같은 곡 같다.


그래서 퇴직은 어찌 되었냐고?


기대와 흥분이 가득했던 첫 입사 그날의 떨림을 기억한다.

그리고 나와 친구에게 했던 다짐도 생각났다.


하지만, 한번 떠난 마음은 돌아서기 쉽지 않다.

마치 이별을 준비하는 연인과도 같이...


사랑했던 그녀와의 인연도,

나의 열정을 함께한 이곳도.


그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수 밖에...




Day Dream

Team Sohn - 2023


작사 : 하수안

작곡 : 손무현/조범진

편곡 : 조범진

노래 : 하수안


쏟아지는 햇살이 창 틈을 비집고 들어와

얼어붙은 마음에 살포시 입을 맞춰


그댄 잡힐 듯 말 듯 점점 아득히 멀어지네

애타는 이 맘을 알아줘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 내 귓가에 속삭이네

난 그대로 가득 차 있다고


마음처럼 안 돼요 자꾸만 망설이는 그대

좀 더 걷자 해볼까 한걸음 멀어질까


그댄 잡힐 듯 말 듯 점점 아득히 멀어지네

애타는 이 맘을 알아줘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 내 귓가에 속삭이네

난 그대로 가득 차 있다고


그대 짙은 눈동자 헝클어진 머리칼 아른거리는 그 뒷모습

이 꿈을 깨우지 마요 금세 흩어져 버릴 듯 아름다웠던 나날들을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aBN7DPuJO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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