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노래 있어, 빛과 소금 : 1집 - 1990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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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된 아이가 있다.
서른 살이 된다는 건, 그저 이십 대에서 숫자 하나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세상의 공식”이 조금 달라지는 일이다. 스무 살이 세상에 나를 소개하는 나이라면, 서른은 세상이 나에게 “그래서 너는 어떤 사람으로 살 거니?” 하고 되묻는 나이 같다.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같은 얼굴로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주변의 시선과 기대가 미묘하게 바뀌게 되고, 그 바뀐 공기에 따라 결국 내 심장의 호흡이나 마음까지 바꾸게 되는 시기.
스무 살에는 세상이 나를 평가했고, 서른에는 내가 세상을 평가하는 법을 배운다.
스무 살에는 사랑이 나를 흔들었고, 서른에는 내가 사랑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한다.
스무 살에는 가족이 나의 세계였고, 서른에는 내가 가족의 세계에도 책임이 생긴다.
그래서 서른은, 진정한 어른이 되는 시기다.
그 서른의 드라마틱했던 '희로애락'을 경험했고, 이젠 잔머리만 늘어난 영악한 늙은이가 되어버린 지금, 나의 시각으로는 나에게 주어진 삶을 내 시간표로 살아보기 시작하는 의미 있는 시간, 그게 서른이 가진 가장 조용하고도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30년,
이제 어른이 된 동아리
지난 12월 27일, 홍대에 있는 작은 클럽에 들렸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옆으로 붙어 있던 정기공연 포스터들을 지나,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방구석 어디서 찾았는지 수십 년 전의 나의 앳된 얼굴이 스며들어가 있는 앨범들, 그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수북이 쌓인 먼지처럼 뽀얗게 펴져가는 우리의 추억들...
내가 대학 때 만들었던 음악 동아리의 30주년 이야기다.
처음엔 그저 “음악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해 조그맣게 시작했던 소모임이,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연주하고 같이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 공연을 준비했고, 그때 그 마음과 가슴떨림의 희열을 잊지 못해, '동아리'라는 정식 틀의 구조로 운영하기로 했었다.
우린 수십 년이 넘게 버텨온 쟁쟁한 다른 동아리들에 비해 보잘 것 없었다. 멋들어진 공연이나 겉으로 보이는 외형보다는 보다 꽉 차있는 우리만의 '단단함'이 필요했고, 서로의 마음이 하나가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밴드 그리고 음악이라는 건,
서로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과정.
하나의 곡, 한 마디마디의 완벽한 합주를 위해, 밤새도록 웃고 울었던 하루하루, 흉측하기만 했던 우리의 실력들은 밤이 깊어질수록 풍요로워졌고, 어느새 우리의 얼굴엔 알 수 없는 뿌듯함에 서로를 보며 진한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천천히 서로 하나가 되어갔다.
30년.
시간이 지나면 닳을 줄 알았던 것들이, 닳지 않고 보다 단단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는 결혼을 했고, 누군가는 직장을 바꿨고, 누군가는 멀리 떠났고, 누군가는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동아리는 언제나 변치 않는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의 30년은 그런 증명 같다. “좋아했던 것”이 “지켜낸 것”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
K-Pop 최고 명반 중 하나,
빛과 소금 1집
오늘 소개할 백일흔번째 K-Pop 숨은 명곡은 1990년에 발매한 빛과 소금의 데뷔 앨범이자 K-Pop 역사상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회자되는 '빛과 소금 1집'에 수록되어 있는 박성식 작사/작곡/편곡의 '내겐 노래 있어'라는 곡이다.
빛과 소금은 지난 스물여섯 번째와 백스물아홉번째 숨은 명곡으로, '조바심'과 '아카시아 아가씨'를 소개한 바 있는, K-Pop의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레전드 그룹으로 1990년 3월 첫 번째 앨범인 '빛과 소금' 1집을 발매하게 된다.
빛과 소금 1집은 워낙 명반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앨범이기에, '굳이 숨은 명곡으로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자기 질문에 선뜻 소개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 노래는 멤버모두가 한 소절씩 부르고 합창에 이르는 앨범 내에서도 독특한 곡이고, 개인적으로는 잊고 살아왔던 '음악', 그리고 이를 함께 이어줬던 '동아리'에 대한 나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기도 했던 노래이기에, 30번째 우리의 생일을 맞은 오늘, 그때의 그 아름답고 뜨거웠던 열정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소개하고자 한다.
https://brunch.co.kr/@bynue/83
https://brunch.co.kr/@bynue/191
이 노래의 원곡은 이전 포스팅에서도 소개한 바 있듯이, '샴푸의 요정', '그대 떠난 뒤', '조바심' 등과 함께 빛과 소금의 주옥같은 명곡들이 실려 빛과 소금 0.5집이라고까지 불리는 사랑과 평화 4집에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보다 밴드적인 성향이 강했던 원곡과 퓨전계열의 세련됨이 가미된 빛과 소금의 노래를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재미나다.
https://brunch.co.kr/@bynue/90
멀리서 들리는 일렉 피아노의 글리산도를 배경으로, 박성식의 감미롭고 감각적인 일렉 피아노 연주가 시퀀싱으로 만들어진 드럼과 함께 시작되고 어찌 보면 '툭~툭' 성의 없이 내뱉듯 부르지만 굉장히 독특한 매력이 담겨있는 한경훈의 보컬이 귓가에 다가선다.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플랫리스(Fretless) 베이스가 나도 모르게 '쓰윽' 합류하고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잔잔한 String 연주와 함께 장기호의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빛과 소금 3인방 중 가장 특색 있는 목소리를 꼽으라 한다면, 바로 허스키함의 절정을 보여주는 박성식의 음색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가 전달하는 음악에 대한 진심을 담은 목소리에 조금은 숙연해지고 그토록 갈구했던 '우리의 꿈'에 대한 그리움이 몽글몽글 되살아 나게 된다.
왜 동아리를 만든 거야?
나이가 한 살 한살이 쌓이다 보면, 쌓인 모든 날들의 기억이 모두 선명하지는 않아서 그 전후 관계나 인과 관계가 또렷하게 떠올라지지 않을 경우가 많아진다.
하지만, 이런 뿌연 안갯속과 같은 답답한 시야를 뚫고 여전히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투명하고 밝게 빛나는 기억들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내게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자주 물어봤던 '동아리를 만든 이유'이다.
사실 그럴듯한 모양새로 포장해 왔지만, 그 이유는 그다지 거창하지도 멋지고 품격이 높지도 않다.
'음악'없이는 숨 쉴 수 조차 없었고, 사람이 미치도록 그리웠기 때문이다.
새로운 30년 앞에서
새로운 30년의 시작 앞에 드는 소회 중 하나는 묵직한 감사다.
여기까지 왔다는 것. 우리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조금의 두려움이다.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을까. 코로나와 같은 시기가 다시 찾아와 우리 모두가 또 무차별로 흔들릴 때, 우리의 후배들이 함께 붙잡을 수 있을까?
누구는 이곳에서 음악을 배웠고, 무대를 배웠고, 관계를 배웠고, 또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는 법을 배워왔을 테다. 이제 우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잊고 살았던 가슴 뜨거웠던 그때의 마음을 다시 동아리에게 돌려줄 돌봄의 차례가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어른이 된 아이가, 자기 부모에게 밥 한 끼를 차려드리는 것처럼.
새로운 30년은, 아마 더 조용하고 더 단단할 것이다.
우리를 지탱해 왔던 음악과 사람은 언제나 우리 곁 그 자리에 항상 있었다는 걸 증명해 왔기에.
그리고 새로운 30년의 첫 페이지에, 미치도록 사랑했었던 그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조용히 적는다.
“난 이 세상 끝까지 노래하리”
내겐 내가 사랑하는 노래와 그대들이 언제나 함께 있으니~!
작사 : 박성식
작곡 : 박성식
편곡 : 박성식
노래 : 빛과소금
우리에겐 뜨거운 맘 있어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의 마음 모든 사람 사랑하겠네
내겐 아름다운 노래 있어 모든 사람 다 부를 수 있는
아름다운 멜로디 어둔 세상 밝혀주네
난 아름다운 노래와 작은 시로 이 세상 끝까지 노래하리
난 아름다운 노래와 작은 시로 모든 사람 사랑하겠네
노래하자 사랑의 노래를
노래하자 평화의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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