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K-Pop 명곡 II, 백일흔다섯

SOMEDAY WE'LL BE, Klau's Lounge - 2021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우리
잠시 시간을 갖자.


큰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래서 그 덤덤함과 침착함이 더 서늘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는 걸 우린 알고 있었다.


서로의 심장에 상처를 냈던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이젠 특별한 이유 없이 일상적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마치 핑퐁처럼 방 안 여기저기를 떠다니다 결국 우리 사이에 내려앉는 날들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사소한 실수 하나도 귀여워 보이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는 “왜 또 그래?”라는 반복된 질문을 도돌이표처럼 무한으로 받게 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잠시 시간을 갖자'라는 말은 이별 통보를 순화하는 사치스러운 말로 인식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별이란 급격한 감정의 변화에 대비해 '잠시 숨 고르기를 위한 합의' 정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난 그녀가 가끔씩 뱉어내는 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이별의 말들에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냐며, 뭐라 그리 쉽냐며' 오히려 화를 내기도 했었다.


처음엔 피곤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며 우리 사이의 본질을 피해 갔다. 일이 많아져서, 계절이 바뀌어서, 잠이 부족해서, 핑계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말다툼에는 일정한 패턴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러한 패턴은 결국 습관처럼 일상이 되어갔다.


이젠 서로의 표정이 굳어지는 타이밍이나 속도를 너무 잘 알게 되었고, 날카로워지는 지점을 서로가 예측하게 되었으며, 그 예측은 더 빠르게 칼을 꺼내 서로를 먼저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런 말다툼이나 감정 변화도 없이 평범하고 또 평온하기만 했던 그날,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닫혀있던 말을 다시 꺼낸 것이다.


한 달만...


그녀가 왜 '한 달'이라고 우리의 시간의 멈춤을 특정했는지 잘 몰랐다.


그녀에게 진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시간을 딱 정해버리면 서로가 이별에게 부딪치는 충격이 좀 덜할 것 같아 서로를 덜 미워하게 될 것 같아서 그랬는지.


난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래”라고 말했다. 동의가 아니라, 어쩌면 이젠 모든 걸 놓아 체념하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우린 진짜 한 달 동안 그 어떤 연락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 어떤 감정의 변화나 예상 못한 일이 생기더라도 오늘 이 자리 이 시간에서 꼭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날 이후,
‘우리’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처음 며칠은 이상했다.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다가 내려놓는 일이 하루에 수십 번이었고, 밥을 먹다가,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불 꺼진 방에 혼자 앉아 있다가도, “이걸 너한테 말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습관처럼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절제를 거듭했다. 이제 '나'만 남았지만, '우리'가 정한 마지막 약속이었으니.


하지만 멈춤의 효과는 정직했다.


내가 얼마나 그녀에게 기대어 살았는지, 우리가 섞여있던 하루하루가 우리 어디에 스며들어있었는지, 그 이빨 빠진 빈칸이 흉측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싸움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 관계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의 상처의 대부분이 “서로를 잃을까 봐”라는 불안에서부터 시작해 악의적이고 이기적인 방법으로 또 다른 나를 만들고자 했던 몸부림이었던 같았다.


그녀를 생각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했다.

‘내 편’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한 사람’으로 다시 세우는 일.


한 달이 되는 날



한 달은 길었고 또 짧았다. 마음이 들썩거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고요했다. 마치 오랫동안 너무 크게 흔들려서,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 연습을 하게 된 사람과도 같이.


임기훈이 선사하는 프로젝트
Klau's Lounge


오늘 소개할 백일흔 다섯번째 숨은 명곡은 비교적 최근인 2021년 발표된 Klau's Lounge의 'Someday we'll be'라는 노래로 Klau 작사/작곡, Klau와 이의건 편곡, Klau's Lounge가 노래했다.


본 숨은 명곡을 오랫동안 지켜봐 주신 독자분이시라면, 글쓴이가 얼마나 임기훈이라는 가수와 그의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를 아쉬워하는지 잘 아실 것으로 생각되는데, Klau's Lounge는 이미 지난 포스팅에서 많이 소개했었던 임기훈의 최근 프로젝트이자 예명으로 2020년 약 20년이라는 침묵을 깨고 'Misty'라는 Modern Jazz과 Pop을 접목한 Neo Soul의 감성을 담은 싱글을 발표하며 세상과 새롭게 소통하기 시작했다.


https://brunch.co.kr/@bynue/14


https://brunch.co.kr/@bynue/165


https://brunch.co.kr/@bynue/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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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au's Lounge의 앨범 표지들


오늘 소개할 "Someday we'll be"는 한 달간의 멈춤 이후 가지게 된, 그녀와의 재회의 날보다 수십 년이 지난 후에 나온 노래이고 또 듣게 된 곡이지만, 그날의 나의 마음과 감정을 하나하나 어찌 이렇게 잘 표현했는지 그저 머릿속으로부터 주체 없이 쏟아지는 기억에 넋을 놓고 있었던 황홀하고도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 준 노래다.


아마 이 곡도 나를 만나기 위해 참 오랫동안 서로를 기다렸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길지 않은 가사 하나하나가 그때의 나와 참 많이 닮아 있기만 하다.


오랜 정적과 고요만이 흐르던 숨 막히는 집에서 나와 마주하는 거리, 마치 새로운 세상 앞에 펼쳐진 풍경에 인사하듯, 일상 그대로의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노래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 기타의 어쿠스틱 사운드와 함께 재즈풍의 밝은 리듬에 따라 이제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을 안내한다.


너와 함께한 그 거리
그 길 위에 서 있는 나


임기훈의 기존의 창법보다는 조금 더 거칠고 툭툭 내뱉는 듯한 느낌이지만, 이젠 그 연륜에서 나오는 여유로움과 멋이 물씬 담겨있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그만의 아름다운 미성이 미소를 한가득 얼굴에 머금고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는 나의 발걸음에 흥겨움을 더해, 마치 사뿐사뿐 춤을 추듯 걷고 있는 것만 같다.


잘 지냈어?


우리의 눈이 서로 마주치자마자, 우린 함께 물었고 하얀 입김 사이로 보이던 떨리는 그녀의 눈동자와 그 입술을 난 잊지 못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얇게 느껴졌지만, 거기에는 무너지지 않으려는 힘이 있었고, 그 작은 에너지가 내게 닿았던 지 나의 얼굴도 조금씩 미소를 찾아갔다.


우리 서로는 말을 아끼고, 대신 발걸음을 맞추었다.

거창한 사과도, 길고 긴 설명도 없이.


권태는 사랑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라, 사랑이 습관이 되어버렸다는 신호였고, 싸움은 서로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너무 간절해서였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그 간절함을 잘못된 방식으로 던지기기만 했고, 그래서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가끔 '멈춤'은 필요하다.

이는 어쩌면 '희망'이라는 이름의 약속이었고, 그 약속은 ‘지금 이 순간 발을 맞추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날의 길이 조용히 알려주고 있었다.


SOMEDAY
WE'LL BE




SOMEDAY WE'LL BE

Klau's Lounge - 2021


작사 : Klau

작곡 : Klau

편곡 : Klau, 이의건

노래 : Klau's Lounge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어젯밤의 꿈을 생각해

커튼을 젖히고 하늘을 보았네 오늘따라 상쾌한 기분


힘들었던 날 모두 다 잊고 길을 나서네 노래 부르네


너와 함께한 그 거리 그 길 위에 서 있는 나

오늘은 왠지 좋은 날일 것 같아


세상 모두를 가진 듯 한걸음 한걸음

너에게 가는 길


나나나 나나 Someday we'll be

힘들었지만 Someday we'll be


어두웠던 날 모두 다 잊고 길을 나서네 흥얼거리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uDOaZT4iS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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