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나서 마음먹은 것들을
모두 해낸 날은 7일 중 단 1일이다.
날씨가 너무 추워진 탓인지,
나의 면역력의 문제인 건지,
혹은 퇴사를 하고 긴장이 풀려서인 건지 모르겠는데
작년 이 맘쯤에 달리기 할 때는 멀쩡했던
컨디션이 말썽을 부렸다.
날이 너무 추워 강가로는 가지 않았고
동네 씨티런을 하자고 마음먹고 5키로를 내달렸다.
다음날이 되니 갑자기 목소리 나오지 않으면서
그다음 날에는 온몸이 몽둥이로 맞은 것처럼
관절 마디마디 근육통에 시달렸고
결국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 가니
A형독감 판정을 받았다.
아...
거기에다 생리통까지 겹치다니.
최악 중에 최악이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럴 때
출근을 걱정해야 된다고 한다면
어마무시하게 끔찍하다.
사람이란, 또 나라는 인간은 참 간사하다.
회사에 있을 때는 죽기보다 싫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루종일을 보냈는데
집에 있어도 구시렁대니 말이다.
마음을 굳게 먹고 달리기도 하고
책도 매일 보며 글도 써야지! 했는데
몸이 아파서 불평불만을 하다가도
출근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하니
금세 또 편안해지는 꼴이란.
퇴사를 하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그중에서 글감으로 생각나는 것들이 참 많다.
핸드폰으로 적는 것도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추천해 주셔서
구매한 키보드로
또각또각 혹은 몽글몽글한 소리를 내며
타자를 치고 있으면
정말 꼭 내가 작가라도 된 것만 같다.
에세이 소설 시집 수필..
아는 거라고는 이게 전부이고
전문성은 없지만, 꾸준히 끈기 있게
재밌어하는 것을 오래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몇 개월 뒤 어느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내 이야기와 세상살이에 대한 글을 되도록 많이 써보고 싶다.
달리기도 3년째인데 뭐라도 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