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책도 읽고, 드라마 혹은 영화도 많이 보려고 하지만
나는 내가 끌리지 않는 미디어나 책은
잘 읽거나 집중을 못 하기 때문에 선택하는데 오래 걸린다.
대신 한번 빠져들면 몰입감에 압도되어
꼭 내가 그 서사에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어제는 아침에 문상훈 님의 책을 읽고
오후에는 뭔가를 보고 싶어서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등등..
뒤적거리다가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원작은 소설이다)
사실 내용은 뭐 뻔한 사랑스토리겠지라고 생각했고
주인공 중 한 명인 사카구치 켄타로가 잘생겨서 선택함(?)
(한국의 공지영과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 소설가가 각각 여자와 남자의 관점에서 하나의 로맨스를 풀어나간 한일 합작 소설. 같은 방식으로 집필된 냉정과 열정 사이의 정신적 후속작 개념으로 쓰였으며, 한일 우호의 해를 기념하여 쓰였다. 출처: 나무위키)
1화를 보는데 잘생긴 켄타로님의 1차 압도.
너무 예쁜 이세영 님의 2차 압도.
나의 첫 해외 여행지가 될 일본의 배경들이
3차 압도를 하여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해서 봤다.
(밑 글부터 스포주의)
나는 새드엔딩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계속 진행되는 이야기들 속에서
결국은 잘 안 되겠구나 생각했었다.
극 중 홍 엄마(이세영님의 모역할)대사에서
"홍아,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랑 하는 거야."
이 말이 어쩌면 맞는 말일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나도 최근에 했었기 때문에.
그래도 내심 현실을 뛰어넘어 결국에, 마침내
두 주인공의 해피엔딩을 보고 싶었다.
현실에서는 극히 드문 상황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둘이 될까.. 안될까..
마음을 조리며 마지막화를 달려가는데
절정에 다 달았을 때부터 나의 수도꼭지는 마를 틈이 없었다.
어찌나 엉엉 울어댔던지 소리까지 내면서 꺼이꺼이 우는데 그냥 둘이 좀 만나면 안 돼?라는 생각뿐이었다.
결론은 사랑이 이겼다! 헤헤.. 하면서 끝나긴 했지만 말이다.
나도 주인공인 홍이처럼
한때는 영원한 사랑을 꿈꾸고 운명적인 만남을 바라왔다.
20대 때 연애를 한참 할 때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영원한 것은 없었으며
운명적인 만남 따위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별을 할 때마다 나에게 오는 것들은
자책감이 가장 먼저 들었고, 무기력감 우울감 등
여러 가지 내 삶의 지장이 될 정도의
감정과 몸 상태가 지속되었던 것 같다.
30대가 된 나는
어제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드라마를 보며
극 중 준고(사카구치 켄타로)가 답변했던 것을 떠올려 본다.
사랑 후에 오는 것은 결국 이해심이라고..
사랑과 이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나는 늦게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미화되어
그 사람의 장점만을 돌아보고
그때 내가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린 더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후회뿐이었지
제대로 이해하고 깨닫는 것이 사랑의 성장이라는 것을
아주 오랫동안 여러 가지 형태의 연애를 하고 난 뒤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남녀와의 사랑
부모자식 간의 사랑
어떠한 일의 사랑
나의 대한 사랑
사랑, 사랑, 사랑..
그 무엇이길래
음악에서나 책에서나 빠지지 않는 것일까
의미 없이 사랑해.라고 말하는 건 사랑이 아닐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귤을 사다 놓는 엄마의 마음은 사랑일까?
나는 늘 사랑하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다.
그렇지만 상대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나 자신조차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퇴사 후 오랜만에 종각에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10분 먼저 도착한 덕분에 알라딘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살 수 있었다.
이슬아작가님의 수필집인데
생각보다 두꺼워서 과연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잠시
최근에 읽었던 '부지런한 사랑'을 떠올리며
작가님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지
어떠한 사람인지 더욱 궁금해졌기에 읽어보자 마음먹었다.
현재 시간은 12시가 지나
토요일이다.
나는 부모님이랑 사는데
이런 밤늦은 새벽 혹은 이른 아침이
가장 고요할 때라 글 쓸 때 집중이 잘된다.
아, 나도 글을 계속 쓰다 보면
나의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잘 자. 오늘도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