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참 이상한 일이 있었다.
잊고 지냈던 세 명의 사람에게서
거의 동시에 연락이 온 것이다.
다들 몇 년, 혹은 그 이상 연락이 없던 사람들이었다.
“가온아, 잘 지내?”
“언니, 잘 지내요?”
“가온아, 어떻게 지내?”
단순한 안부였지만,
그 한 마디가 내 마음을 툭 건드렸다.
당황스러우면서도,
어느새 마음 한 켠이 조금 따뜻해졌다.
시간이 흐르며
내 안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까.
나는, 9년 만에 갑작스레 결혼식에 와달라는 연락을 한 사람은 조용히 거절했지만
나머지 두 사람에게는
조심스럽게 마음의 문을 열어보기로 했다.
사실,
그들과 멀어진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서운함, 오해, 상처…
그 모든 감정이 쌓인 채
나는 그 관계를 놓았다.
다시 얼굴을 보기로 마음먹은 지금도,
그 감정들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어떤 표정으로 만나야 할지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기 싫다.
그리고 다시,
그 관계에서 내가 다치는 일도 원하지 않는다.
지금 나는,
곧 육아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되도록 피하고 싶다.
하지만 문득 생각했다.
그들도 나처럼
그동안의 거리와 침묵을
서로의 신호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다시 용기를 내어 연락을 준 그 마음은
그 자체로 고마운 일이라고.
이제 나는 관계를
예전처럼 애써 맺고 싶지 않다.
급하게 가까워질 필요도,
괜히 차갑게 밀어낼 이유도 없다.
있는 듯 없는 듯,
물 흐르듯이,
편안한 거리에서
서로의 삶을 응원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진심을 쏟아야 할 시간이다.
인간관계는 내가 단정지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지켜보고, 느끼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진심을 내보이면 된다.
완벽한 거리는 없어도
서로를 향한 마음만 있다면
그건 관계를 다시 시작해도 좋다는 신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