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영국인들-백년전쟁과 르네상스 음악
르네상스 음악을 이야기하려면 일단 르네상스가 무엇인지 알아야겠지요?
르네상스란 재생이라는 뜻으로, 고전 문화의 부활을 말하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부흥한 문화 과학 혁신 운동 이랍니다.
아직도 저는 아리송한데요,
쉽게 말하자면 하나님이 전부였던 교회 중심의 학문 활동에서 벗어나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인본주의 사상을 가셨던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 예술을 부흥시키자는 것이지요.
왜냐고요? 간단합니다.
교회에 있는 성직자들 만큼 돈도 많고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이 이슬람계인 오스만에게 함락당하여 많은 고대 그리스의 고전 필사본과 이를 연구하던 학자들이 이탈리아로 귀화하여 이를 라틴어로 번역하였고,
자연스럽게, 수학, 시, 역사, 윤리 철학이 강조되어 사람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고,
이에 조금 더 사실에 가까운 그림, 조각상이 생기고, 고대 그리스의 건축 양식을 따라 아치, 바닥, 기둥들을 강조한 건축물이 지어지게 되지요.
부모님과 같이 감상하기에는 약간 민망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아시지요?
이게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미술이 이런데 음악은 어땠을까요?
아직 교회음악은 명맥을 이어가지만, 당연히 세속 음악이 더 활성화됐겠지요?
혹시 전 회에 언급한 이탈리아의 눈먼 신부님 란디니 기억나세요?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하셨지만, 세속 음악만 작곡하셨지요?
어쩌면 세대의 흐름을 따랐던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이 배우는 음악사 책에는,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설명이 길게 나와 있고, 그다음 장에 뜬금없이 영국 음악이 나옵니다.
그러면, 서양사 배경이 없는 학생들은 잉? 갑자기 어떻게 영국 음악이 바다를 건너 대륙 음악에 영향을 주지?
하고 황당해하며, 그냥 이해하지 못하고 외우고 맙니다.
그런데, 가끔 저 같은 돌아이들이 그냥 넘기지 못하고 파보고야 맙니다.
왜 영국 음악이냐고요? 왜냐하면 영국이 프랑스 영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백년전쟁이라고 아시나요? 1337년부터 1443년까지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왕위 다툼 싸움이지요.
잔다르크가 이 백년 전쟁에서 다 망해가던 프랑스를 위해 싸워 승리하게 하고,
나중에 이를 질투하는 프랑스 귀족들에게 마녀로 몰려 화형 당했지요.
하지만, 잔다르크 이전에 프랑스 영토의 대부분은 영국 귀족들이 장악하고 있었지요.
자연스럽게, 영국 음악가들은 귀족들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왔고,
대륙 음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영국 음악이 물을 건너왔습니다.
파버든
영국 음악의 영향 중 가장 대표적인 대위법적 양식입니다.
이름이 멋지지요?
굉장히 복잡할 것 같은 이 기법은 그냥 정선율(중심 선율, 꼭 소프라노에 있던 것은 아닙니다) 밑으로
3도 낮게 화음을 넣다가, 종지는 8도로 끝나면 되는 간단한 방법입니다.
효과는, 지금의 찬송가 같은 멜로디라고 할까요?
모든 음이 같이 다니며 화음을 연주하는 "호모포니"의 형태랍니다.
캐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캐럴, 맞습니다. 워낙은 영어와 라틴어로 함께 쓴 종교 시에 붙인 2-3 성부의 곡이었다는데요, 대개 성탄절이나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곡들이었답니다.
언제 어찌 생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종교적인 축제에서 춤을 추거나 행진을 할 때 쓰였다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경쾌한 음악이었고, 각 연의 마지막에 후렴인 버든(burden)이 있어 따라 부르기가 쉬웠으며 대개 3도로 병 진행하던 캐럴은 5도와 옥타브로 끝나게 됩니다.
다음의 알렐루야를 들어보면, 캐럴만의 특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던스터블(1390-1453)
이러한 영국의 음악에 가장 정통했던 작곡가를 꼽으라면, 존 던스터블입니다. 영국 작곡가이지만 프랑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던스터블은 동형 리듬 모테트, 미사곡, 성가에 기초한 다성음악, 세속 노래 등 당시 유행했던 다성음악의 모든 장르에 그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분명히 신부님은 아니셨으나, 왕과 귀족들을 위해 일했답니다. 던스터블의 가장 위대한 업적을 꼽으라면 "패러프레이즈" 기법 이랍니다.
패러프레이즈란 뜻 자체가 글 속의 어려운 말을 다른 말로 알기 쉽게 표현하는 것인데,
음악에서 다성 음악에서 멜로디가 한 성부에만 있지 않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이에 맞는 첨가음을 넣는 것인데요, 이는 후대 작곡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네요.
던스터블은 기존 선율을 빼버리고, 3 성부 모두 작곡한 곡들도 있는데요,
이런 곡들은 주로 3개의 성부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며, 한 음절에 한음씩 연주했다니,
중세의 지겨운 아-----하던 길고 긴 멜리스마에서 해방이 되는 거지요.
부르고뉴 악파까지 가기가 참 힘이 드네요.
다음 시간부터는 전격적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가들을 만나 보기로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