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과 홍수, 전쟁과 혼란 속에 꽃핀 아르스 노바
13세기까지의 유럽 사회가 교회를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14세기에 들어서는 모든 것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음악사를 배우면서 가장 힘든 일은 그래도 조금의 세계사 지식은 있어야 이해하기 쉽다는 겁니다.
1300년부터 1450년 까지를 서양사에서는 중세 후기라고 하는데요,
이 시기에 3가지의 중요한 사건들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유럽 사회를 흔들게 되는데요
그 첫 번째는 기근과 역병에 의한 인구의 감소고요
두 번째는 인력 부족에 의한 봉건제도의 붕괴에 따른 정치적 분열이고요
세 번째는 교황권의 약화에 따른 종교적 환경의 변화입니다.
2020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코로나보다 더한 역병이 1300년대 초반 유럽을 강타했으니,
바로 페스트입니다.
14세기 초, 유럽을 강타한 페스트로 유럽 인구의 1/3이 사망했으며,
이어 홍수와 가뭄이 연이어 몰아치며 살아남은 자들도 대부분 자신의 마을을 떠나게 되지요.
이로 인해, 농노(농사를 짓는 평민)의 수가 감소함으로
토지를 농노들에게 나누어 주고 공출을 받는 봉건제도를 기반으로 한 중세사회는 흔들리게 되고,
이로 인해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거나
귀족들 간의 토지 싸움인 장미전쟁
후계권 싸움인 백년전쟁 등이 연이으며 사회는 더욱 피폐해지고
귀족들의 몰락으로 왕이 있는 국가들이 힘을 가지게 되면서
교황을 자기 손에 주무르려던 왕들 덕분에
프랑스의 아비뇽, 로마 그리고 피사에까지 3 명의 교황이 등장하는 등
엄청난 혼돈의 시대였는데요
이 틈을 타서 십자군들이 동방 나라의 문화와 과학을 전수받아 돌아오고,
이에 음악도 새로운 이론과 종교음악이 아닌 세속 음악이 유행하게 되지요
이 혼란의 시기에 글을 읽을 줄 아는 대중이 많아지며
단테의 "신곡",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등의 소설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프랑스에서는 정치를 풍자한 "포벨이야기"라는 작품이 유행했는데
포벨이란 이름은
아첨(Flatterie), 탐욕(Avarice), 비열함(Vilenie), 변덕(Variété), 질투(Envie), 게으름(Lâcheté)
여섯 개의 악덕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당나귀로 태어난 포벨에게 운명의 여신이 엄청난 힘을 준 후
정치판이 당나귀판이 되어 버린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이것은 169편의 노래로 만들어져 널리 퍼졌습니다.
여기서 아르스 노바 스타일의 노래가 나옵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아르스 노바란 무엇일까요?
아르스 노바란 프랑스의 작곡가 필립 드 비트리의 이론서 제목으로
'새로운 예술' 이란 뜻입니다.
이것은 예전에는 3 단위로만 나뉘었던 리듬 체계를,
2 혹은 3으로 나눌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현대의 기보법까지 그 영향을 미쳤다는데요,
아주 자세한 것은 알 필요가 없고 아래와 같이 나뉘고 불렸다네요.
여기서 이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지만
잘 보면 그냥 2개 혹은 3 개로 분할해서, 언제나 3개가 완전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이것으로 무엇을 했느냐?
동형 리듬 모테트를 작곡했답니다.
그럼 또 동형 리듬 모테트란 뭐냐?
하나의 리듬(탈리아)과 선율(콜로르)을 반복해서 테노르 성부를 작곡하는 기법이라네요.
그런데, 서로 반복하는 횟수가 다르면(예를 들자면, 탈리아는 10번, 콜로르는 15번 반복된다면)
반복 시점이 같아질 때까지 반복했다네요(30번 이겠지요?)
이는 앞서 페로탱 신부님이 클라우즐라에서 잠깐 맛 보이셨고
이렇게 작곡함으로 논리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다네요.
게다가 이런 모테트들은
라틴어가 아닌 자국어로 쓰이고
교회가 아닌 궁정인들로 모인 상류층 모임에서 불려졌다고 하니
이제 슬슬 교회를 벗어날 때도 됐네요.
동형 리듬 모테트의 시작은 필립 드 비트리지만, 그 대가는 기욤 드 마쇼이니,
다음 시간에는 마쇼와 14세기의 음악에 대해 둘러보고 르네상스로 가시기로 하고,
필립 드 비트리의 동형 리듬 모테트 한 번 맛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