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휘 Sep 20. 2020

고기를 안 먹지만 채식주의자는 아니에요

채식인에 대한 편견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

이 말을 했을 때, 보통 이런 질문이 돌아온다. “채식주의자야?” 

그럼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고, 그냥 고기를 안 먹어요.”라고 대답한다. 

그 다음 이어지는 말은 보통 이런 식이다. “그게 채식주의자야!”


그리고 나서 이런 말들이 이어진다. “왜 안 먹어?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니?” “생선은 먹니? 생선도 동물인데 안 불쌍해?” “참 건강하게 먹겠네.”     

최근에는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내가 30여년간 들었던 레퍼토리들은 대략 이렇다.(더 많은 레퍼토리가 있는데 차차 풀기로 하겠다.)     


이런 편견들은 ‘채식주의자’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나타낸다. 즉 어떤 신념에 따라 채식을 하고, 동물에 대한 사랑이 가득해서 고기를 먹지 않으며, 건강한 것만 먹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고기를 안 먹지만 ‘채식주의자’로 불리는 것을 불편해한다. 나는 신념도 없고, 동물도 사랑하지 않으며, 안 건강한 음식도 꽤나 좋아한다. 그러기에 채식주의자의 이미지에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나는 육고기를 안 먹은 지 30여년이 되어간다. 이유는, 그냥 맛이 없어서다. 그래서 고기 맛이 심하지 않으면 고기가 들어간 음식도 먹을 수는 있다. 굳이 따지자면 채식주의자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인데, 어쨌든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 Vegetarian)이다. 그것도 그다지 엄격하지 않은. 고기 자체는 안 먹지만, 고기와 함께 조리된 음식을 먹긴 하니까.(고기 맛이 심하지만 않으면)     


‘채식주의자’라는 말은 ‘~주의자’ 때문에 채식이 어떤 이념, 신념이라고 느끼게 한다. 나는 신념 때문에 고기를 안 먹는 게 아니기에, ‘채식주의자’로 불리는 것이 부담스럽다. 채식하는 또는 고기를 안 먹는 사람들이 모두 신념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닐진대, 이제 ‘채식주의자’ 대신 ‘채식인’이라는 말을 더 널리 쓰면 좋겠다.      

나름 채식인으로 30여년간 살아오면서, 그동안 겪어왔던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지만, 고기를 안 먹으면 참 많은 편견에 시달린다. 생선을 안 먹는 사람은, 채소를 싫어하는 사람은 이 정도로 편견에 시달리는 걸 별로 못 봤는데, 이상하게 고기를 안 먹는 사람은 편견과 조언을 엄청나게 받는다.      


요즘은 채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채식에 대한 기사도 많다. 그런 글에 꼭 달리는 것은 ‘네가 먹든 말든 상관없으니까 나한테 먹는다고 뭐라고 하지 마라’는 내용의 악플이다.(순화해서 적었지만 실제로 보면 악플이라고 느낄 만큼의 표현을 쓴다) 그 분 개인은 뭐라고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회는 참 뭐라고 많이 한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더 심하게 겪었고, 지금도 없지는 않다. 아무렇지 않게 넘겼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편견이었던 것도 있다. 그렇게 30여년간 겪어온 편견을 짚어보며, 앞으로 채식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조금이라도 더 걷히길 바래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