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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휘 Sep 27. 2020

샐러드와 콩고기

입맛에 대한 편견

“오, 샐러드 좋아하겠네?”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라고 밝히고 나면, 채식의 단계에 대한 질문, 채식의 이유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그 다음은 보통 나의 입맛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내가 채식을 하니까 당연히 샐러드를 좋아할 것이라는 일종의 편견이다. 보통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채식은 파릇파릇한 풀이 가득한 샐러드이다. 구글에 “채식”으로 이미지 검색을 해 보면 생채소 사진과 샐러드 사진이 가득 나온다. 그러니, 채식인은 매일같이 샐러드를 즐겨 먹을 거라는 무의식적인 생각이 들기 마련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나는 샐러드, 정확하게 말하자면 생 잎채소가 가득 들어있는 샐러드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아마, 생채소는 속을 차게 만들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스님들은 오래 채식을 하셔서 속이 차기 때문에, 채소를 익혀서 많이 드시고 생채소를 여름이 아니면 잘 드시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속이 찬 편이고, 생채소를 먹으면 속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든다. 익힌 채소는 속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많이 들지 않아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샐러드라도 잎채소가 아니라 구운 채소나 열매, 뿌리채소, 곡물 중심의 샐러드나 웜 샐러드는 확실히 먹기 편하다.      


굳이 내 식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채식=샐러드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채소의 종류는 다양하고, 조리법도 무궁무진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외식을 할 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채식이 샐러드인 것은 사실이다. 아직 그렇게 쉽게 다양한 채식 음식을 사먹기 쉽지 않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간혹 “너는 채식을 하니까 ○○을 좋아해야지!” 라거나 “채식하는데 왜 ○○을 안 좋아해?”라는 질문(사실은 약간 질책이라고 느껴지는)도 받아 본 적 있다. 나는 어렸을 때는 버섯이나 깻잎, 부추처럼 향이 강한 채소를 잘 못 먹었다. 보통 채식을 하면 모든 채소를 다 사랑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참 가리는 게 많으니 뭐 그렇게 가리는 것이 많으냐는 질책을 들었다.     


비슷한 예로 콩고기가 있다. 채식인은 콩고기를 좋아할 것이라는 편견을 자주 만났다. 나는 고기의 맛과 질감이 힘들어서 못 먹기 때문에 콩고기도 못 먹는다. 짜파게티 안에 든 작은 콩고기도 하나 하나 골라낸다. 채식인은 콩고기를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아마 ‘채식을 해도 고기가 그립고 고기를 먹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나에게 ‘인크레더블 버거’(진짜 고기와 같은 맛과 육즙이 있는 비건패티로 만든 햄버거)를 아느냐고, 먹고 싶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고기 맛이 나는 햄버거라니, 아마도 나는 먹지 못할 것 같다. 나는 곡물 맛과 채소 맛이 잔뜩 나는 채식버거가 좋다.     


물론 샐러드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채식인이 아니어도 샐러드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콩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파릇파릇 잎채소가 가득한 샐러드는 그것대로 매력 있는 음식이고 콩고기는 콩고기대로 매력 있는 음식이다. 다만 채식을 하더라도 입맛은 참으로 다양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마치, 고기를 좋아해도 어떤 사람은 구운 고기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물에 삶은 고기를 좋아하는 식으로 입맛이 다양하듯이, 채식도 그러하다. 좀 더 채식이 보편화되고 시장이 커지면, 채식도 세분화되겠지. ‘채식 식당’이라는 이름 대신 ‘숯불구이 전문점’처럼 ‘구운 채소 전문점’같은 식당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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