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고기 안 먹는 사람을 불편해한다
학창시절, 급식에는 고기반찬이 자주 나왔다. 고기반찬은 안 먹으니까 내 몫을 친구들에게 나눠 주거나, 아예 안 받아서 어떤 날은 밥과 김치만 먹기만 했다. 뭐 그까지는 괜찮았다. 정말 곤란할 때는 볶음밥이 나오는 날이었다. 볶음밥에는 간 고기가 들어가 있었는데, 밥은 먹어야겠기에 젓가락으로 그 간 고기 조각을 하나하나 빼내고 고기가 묻지 않은 쌀알을 찾아 한 알 한 알 집어 먹었다. 그렇게 밥을 먹고 있는데 내 앞에 앉은 아이가 ‘진짜 밥맛 떨어지게 먹네’라고 짜증을 냈다. 내가 젓가락으로 밥을 한 알 한 알 집고 아주 작은 고기를 한 점 한 점 골라내고 있으니 깨작깨작 먹는다고 밥맛이 떨어진다는 거였다.
나는 그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때의 당황스러움과 말문이 막힘, 그런 감정만 기억이 난다.
고기를 안 먹으면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 불편해하는 상황을 자주 마주친다. 저 친구처럼 내가 음식을 가리는 것에 불편해할 수도 있고, 많은 경우 ‘내가 먹는 것을 남이 안 먹을 때’ 사람들은 불편해한다. 이건 술자리에서 한 명만 술을 안 마시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매우 불편해하는 그런 느낌이다.
“사회생활 하려면 고기를 먹어야하지 않겠어?”
친구가 20대의 나에게 한 조언이다. 주로 회식은 삼겹살, 복날에는 삼계탕, 시무식 날에는 사골국물에 끓인 떡국을 먹는 게 사회생활이니까. 대체로 사회생활을 위해서 술을 억지로 먹어야 하듯이, 고기도 먹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못 먹고 있으니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어렵게 하는 건 나인가, 다른 사람인가?
우리 팀은 나 때문에 고기 회식을 못한다는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괜찮으니 고기 회식을 가자고 한다. 고기 냄새를 맡는 것까지는 견딜 수 있고, 고깃집에도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보통 고깃집에 가면 나는 된장찌개나 밥, 냉면, 파전 같은 것을 시켜서 혼자 먹는다. 파절이랑 양파를 넣고 고기 없이 쌈도 같이 싸 먹는다. 열심히 음료수도 나르고 대화에도 참여하며 하하 호호 하면서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회식의 본질은 ‘다같이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대화’에 있지 않던가. 고깃집에서 고기를 안 먹어도 회식은 할 수 있잖아?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여럿이서 고깃집을 가면 함께 가는 사람들은 나를 보며 불편해한다.
“고기를 안 먹으면 먹을 게 없잖아? 불편하지 않아?”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나의 대답은 이렇다. “먹을 건 있어요. 저는 고깃집 회식 가도 괜찮아요. 밥 먹으면 되요. 그런데 저는 안 불편한데 같이 가시는 분들이 불편해하시더라구요.”
고기를 안 먹은지 약 30여년동안, 나는 먹을 게 없어서보다는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 더 불편했다. 그러니까, 먹을 것이 없는 불편보다, 사람들이 나를 특이하게 보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싶은 불안감이 더 힘들었던 셈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계속 설명해야 하고, 계속 내가 까칠하지 않다는 것을, 당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려고 애썼다.
중학교 때 그 친구는 나를 보면서 자기가 입맛이 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나도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입맛을 잃었다. 이제야, 그 아이가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은 무례한 발언이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앞으로 또 다시 나에게 ‘입맛 떨어져’라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야, 나한테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입맛 떨어져.’라고 맞대꾸할수 있을까?
야, 나도 입맛 떨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