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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May 11. 2020

겁 많고 외로운 아이, <박화영>

영화 <박화영>을 보고

외로움, 관계 같은 단어가 떠올랐다.


박화영은 분출하는 인간이다. 자신의 화를 분출하고, 욕을 분출한다. 하지만 사람이 한 가지 감정만 가질 수 없는 법. 박화영이 보여주지 않는 슬픔이나 즐거움 같은 감정은 본인이 숨겨놓았거나 본인도 모르는 곳에 있을 거다. 어쩌면 감정을 보여주는 방법을 잊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살아남느라 어쩌다보니.


박화영을 보는 내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만 비어버린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아이 같았다. 욕을 하는 장면에서는 겁이 많은 강아지처럼 짖는 모습처럼 보였다. 계속 하는 대사 중에 "너희들은 나 없으면 어쩔뻔 봤냐"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을 함으로써 자신의 능력과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의 반응을 보면 대충 짐작이 되지만 정말로 박화영이 필요해서 찾는 사람은 없다. 박화영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장난감이나 희생양, 심부름꾼이 필요해서다. 그러니까 박화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귀찮은 일은 본인이 대신하면서 인정받고 싶었던 거다. 그런 사람은 쉽게 대체된다. 라면을 끓여주거나 대신 맞아주는 일 같은 것 말이다.


박화영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라고 하지만 본인에게는 엄마는 없는 사람이다. 있지만 연을 끊었다. 누가 먼저 끊은 건지 모르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싫어하는 것 같다. 본인은 엄마를 증오하면서도 엄머라고 불리우길 바라는 아이가 박화영이다. "너희들은 나 없으면 어쩔뻔 봤냐"라는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 엄마=박화영은 핑요한 존재라고 인식한다. 그렇다면 박화영에게도 엄마라는 사람이 필요한 것일 텐데 본인에게는 엄마가 없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엄마가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진짜 엄마도 있고, 엄마 역할을 다해주겠다는 박화영도 있어서. 하지만 박화영에게는 엄마가 없어서 모든 시련을 혼자 감당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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